'갱티고개 살인' 주변 통화기록과 딱 맞는 명함이 해결 단서

입력 2017-07-03 17:05   수정 2017-07-03 21:21

'갱티고개 살인' 주변 통화기록과 딱 맞는 명함이 해결 단서

경찰이 전면 재수사로 실체 밝혀…7시간 마라톤 신문 끝 자백

(아산=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지난 4월, 미제사건으로 2002년 발생한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 기록을 검토하던 충남 아산경찰서 강력팀 경찰관에게 전화번호 하나가 눈에 띄었다.




살인사건 현장 주변의 1만7천여 건에 달하는 통화내역을 담은 자료에 담긴 것이었다.

경찰은 피해자인 노래방 여주인의 가게에서 발견된 95장의 명함을 떠올렸다.

이 명함 가운데 한 장에 적힌 전화번호와 현장 주변 새벽 5시쯤의 통화기록에 있던 전화번호가 일치했다.

전화번호의 주인은 새벽 5시라는 매우 이른 시간에 깨어 있으면서 피해자의 노래방에 드나들었던 사람.

경찰은 이 전화번호의 주인이 갱티고개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강한 심증을 갖게 됐다.

휴대전화 번호 주인 A(50)씨는 5년 전 이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람이었다.

A씨는 범인들이 피해자의 카드로 돈을 인출하며 이동했던 경로를 따라 움직인 흔적이 있어, 2012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가 알리바이가 인정돼 풀려났다.

이번엔 달랐다. A씨가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강한 확신을 하게 된 경찰은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21일 A씨를 붙잡았다.

경찰서에 연행돼서도 "내가 죽인 증거를 대라"며 큰소리치던 A씨는 결국 7시간의 경찰 조사 만에 "15년 전인 2002년 4월 돈을 빼앗으려고 귀가하던 여주인을 살해하고 갱티고개에 유기했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수사에 탄력을 받은 경찰은 9일 뒤인 지난달 30일 직장 후배였던 중국 국적의 공범 B(40)씨까지 검거했다.

사건 발생 15년 동안 범인을 잡지 못해 미제로 남았던 갱티고개 살인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2002년 4월 18일 오전 7시 10분께 아산시 송악면 갱티고개에서 4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여성은 아산 시내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C(당시 46세)씨 였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원한, 치정 등의 가능성을 두고 C씨 주변인들을 상대로 수사했다.

1만7천여건의 통화기록은 2002년 수사때도 파악했지만, 단순 강도일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지 않은 경찰은 통화기록을 중요 단서로 생각하지 못했다.

경찰은 용의자 혈흔과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가는 장면을 담은 폐쇄회로(CC)TV 화면까지 확보했지만, 검거엔 실패했다.

그러다가 2012년 범인의 이동 경로를 따라 이동한 사람들이 추가로 확인됐고, 이 가운데 A씨가 있었다.

경찰은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곧바로 용의 선상에서 배제했다.

A씨가 "애인을 만나러 남원에 갔다"며 알리바이를 제시한 데다 현장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DNA가 A씨의 것이 아니었고, 돈을 인출하는 CCTV 속 남성의 얼굴 역시 그와 달랐기 때문이다.

경찰이 확보한 DNA와 CCTV 화면 속 얼굴은 모두 공범 B씨의 것이었다. 범행 당시 주로 운전을 한 탓에 현장에 증거를 덜 남긴 A씨는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2012년 A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했을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이 단독 범행인지, 2인 이상의 범행인지조차 확신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완전 범죄로 남을 것 같던 사건은 경찰이 올해 4월부터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A씨를 검거한 경찰은 미리 준비한 200여개의 질문으로 그의 진술의 허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5년 전 참고인 조사 때는 남원에 있던 애인의 이름까지 명확히 댔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생각이 안 난다고 얼버무리는 등 차츰 그의 거짓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며 A씨를 설득하는 등 7시간여 마라톤 신문 끝에 범행을 자백받았다.

so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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