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수위도 北 기존 탄도미사일 발사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절
中, 북한발사 탄도미사일이 ICBM인지 검증 돌입…ICBM 인정않을듯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중국 정부의 태도가 어정쩡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그 수위가 북한의 기존 탄도미사일 발사 때와 비슷한 수준이고, '해선 안될 행위'를 한 북한에 대해 회초리를 때리는데 주력하기보다는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두 갈래 대응을 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아울러 북한의 ICBM 발사 성공 발표에도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단 중국은 북한의 이런 도발이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분위기 속에 나온데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미흡하다며 불만을 표시하며 대중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이번 도발이 중국의 뒤통수를 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최악인신매매국으로 지정하고 대만에 첨단무기 판매 결정을 한 데 이어 단둥(丹東)은행을 독자제재하는 대중 제재를 하는 가운데 북한의 이번 도발이 중국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미국의 대중 압박 공세에 맞서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3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7∼8일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탓에 중국은 일단 두 갈래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인 만큼 그에 대한 비난을 하면서도, 기존대로 북한에 상황을 추가로 악화하지 말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날 도발에 대한 평론을 요구받고 "중국 측은 북한이 규정을 위반하고 발사 활동을 진행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비난했다. 겅 대변인은 아울러 "중국 측은 북한이 또 다시 안보리 결의 위반 행동을 하지 말고 대화 재개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겅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관련 보도를 주의했고 현재 상황을 수집하고 있으며 상황 발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관련해 과대 포장한 발언이 많아 진위를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기존 탄도 미사일 발사 때와는 달리 미국까지 닿을 ICBM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데 긴장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중국 당국은 북한의 ICBM 발사 주장에 의구심을 비치고 있지만, 중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ICBM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ICBM 발사 성공은 기존의 탄도미사일 발사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차후 개최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는 참여하되 독자 제재는 반대하면서 북한 등 당사국들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유럽 방문에 나선 시 주석은 트럼프와 만나 대화를 통한 대북 문제 해결을 강조하려고 했는데 북한의 ICBM 발사로 난감한 상황이 됐을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에 고강도 비난을 퍼붓기보다는 수위를 조절하면서 중국의 노력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두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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