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獨 우정의 오롯한 상징… 한국 戰後 독일의료지원단

입력 2017-07-06 01:14  

韓獨 우정의 오롯한 상징… 한국 戰後 독일의료지원단

(베를린=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기자·고형규 특파원 = 한국전쟁 직후 독일 의료지원단의 활약은 양국 우정을 극적으로 상징한다.

1954년 5월 부산여고 터에 250병상 규모로 개원한 독일적십자병원은 1959년 3월 폐원 때까지 외래환자 22만7천250명, 입원환자 2만1천562명을 치료하고 대수술 9천306건, 간이 수술 6천551건을 시행했다.

또 이 병원에선 신생아 6천25명이 나왔다.

매년 간호실습생 20명을 교육했고, 그들 대부분이 폐원 이후 자격을 얻어 파독 간호사로 활약함으로써 파독 간호사의 양성기관 같은 역할도 했다.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실상 고향이며 정치적 근거지라는 인연이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분단국으로 출발한 서독 정부는 전승 4개국의 점령하에 주권이 제한되고 있었던 데다 연방군(軍)마저도 창설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애초 한국전에 군사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같은 처지의 분단국을 다른 차원에서 돕기 위해 초대총리 콘라트 아데나워 정권 시기이던 1953년 3월 서독 의회는 애초 연합군을 위한 야전병원 지원을 결의한다.

아데나워 총리는 이를 토대로 해 미국 방문 때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계획을 전달했고, 미국이 수락하여 의료지원단 파견이 결정됐다.




당시 서독 정부로서는 이 사업이 2차 대전 이후 첫 해외 지원 프로젝트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미국과 소련의 진영 대결이 불붙기 시작한 이 시기 유럽과 아시아의 냉전 최전선에 있던 두 자유국가의 협력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한국전쟁은 실제로, 공산 동독과 대립하던 서독사회의 안보체제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대사건이었다.

그러나 숙련 의료진 선발 등에 시간이 많이 소요됨에 따라 독일 측 의료진의 부산 도착은 한국전 휴전 이후인 1954년 2월로 지연됐다.

이 때문에 서독은 한국전 참전국이 아닌 데다 의료 지원도 전쟁 '이후' 시기에 수행하게 되어 의료지원국도 아닌 처지가 돼 버렸다. 우리나라에 큰 도움을 줬음에도 한국의 해외 보훈 대상이 되지 않은 이유다.

우리 측은 그 점을 안타깝게 여겨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한 보훈 사업의 근거를 확보하는 동시에 사업 대상도 찾으려고 당시 독일 의료진의 생존 확인에 매달렸다.

그 결과 작년 4월, 독일적십자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독일인 샤를로테 코흐 수녀 할머니를 찾아낸 뒤 106세 생일축하연을 마련하여 사의를 전했다. 공교롭게도 코흐 할머니는 그로부터 50여 일이 지나 작고했다.

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독일 의료진의 마지막 생존자로 여겨지는 칼 하우저 씨에게 표창을 주고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

하우저 씨는 "부산에서 보낸 5년을 가장 뿌듯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고, 한국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사의를 표했다.

코흐 수녀 할머니의 노후를 돌본 헬가 슈마허 올덴부르크 수녀원장은 코흐 할머니가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고, 부모가 모두 의료지원단으로 일한 자녀는 "부모님이 부산에서 맺은 인연으로 귀국 후 결혼하셨다"고 귀띔했다.

당시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한 고(故) 알프레드 파프 박사의 부인 일제 여사는 "남편이 출산을 도운 신생아들이 성장하여 오늘날 한국을 일궈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rhd@yna.co.kr, honeybee@yna.co.kr, un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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