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주정부 역사상 최장기간 예산 교착 상태를 이어온 일리노이 주가 진통 끝에 가까스로 예산안을 처리했다.
7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하원은 전날 증세와 지출 확대에 반대하며 새 예산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브루스 라우너 주지사(60·공화)의 결정을 표결(찬성 71·반대 42)로 무효화하고, 세수 50억 달러(약 5조7천억 원) 확대 내용이 포함된 360억 달러(약 42조 원) 규모의 2018년 회계연도(2017년 7월 1일~2018년 6월 30일) 예산안을 확정했다. 회계연도가 이미 시작된 지 6일 만의 일이다.
마이클 매디건 주하원 의장(74·민주)은 "균형 잡힌 예산안을 마련하고, 736일간 지속된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양당 의원들이 뜻을 모았다"며 "일리노이 주 미래를 위해 옳은 일을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상원은 앞서 재적 의원 54명 중 36명의 찬성으로 주지사 거부권을 무효화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단 1명뿐이었다.
일리노이 주는 공화당 소속 라우너 주지사와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의회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2015년 7월 1일(2016년 회계연도 시작일) 이후 736일간 예산안 없는 파행적인 재정 운용 상태를 이어왔다.
일리노이 주의회는 개인 소득세를 현행 3.75%에서 4.95%로 32% 인상하고, 법인세율을 5.25%에서 7%로 33% 인상하는 등 세수 확대 계획을 포함한 예산안을 이달 초 극적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라우너 주지사는 "소득세율 인상은 또 다른 세금 인상을 불러올 것"이고 "일리노이 주를 끝없는 증세와 재정 파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라우너 주지사는 "세수를 늘려 지출을 확대하는 계획은 균형 잡힌 예산이 아니며, 재정 위기에 처한 주정부의 지출을 줄이거나 충분한 규모의 부채를 갚거나 일자리를 늘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는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5년 취임한 라우너 주지사는 연금 개혁·지출 축소 등을 통해 일리노이 주의 만성적인 재정 적자 시스템을 쇄신해야 한다며 46년 전 주하원에 입성, 30년 이상 주의회 하원의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매디건 의장과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일리노이 주의 연간 적자 규모는 62억 달러, 연체 비용 규모는 147억 달러에 달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Moody's)는 일리노이 주 채권 신용등급을 미국 주정부 최저치로 평가하면서,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적 교착 상태를 풀지 않을 경우 미국 주정부에 전례없는 투자 부적격 등급(정크본드)으로 강등시키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공화당 소속이면서 주지사 거부권 무효화 표결에 찬성표를 던진 스티븐 앤더슨 하원의원은 "증세에 찬성하지 않지만, 재정 파탄을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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