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등에 "일시중단 대비 필요한 조치 해달라" 공문
업체들 "법적근거 없어"…보상안 조속 마련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김동현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5·6호기 시공업체 등에 공사 일시중단과 관련해 추가 작업을 자제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사회에서 일시중단을 공식 결정하거나 기업 배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이런 요청을 해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최근까지 신고리 5·6호기 관련 공사·용역 등의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계약 일시중단에 관한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한수원은 공문에서 "정부는 2017년 6월 29일 '신고리 5·6호기 문제 공론화 방안'과 관련해 공론화 기간 중 공사를 일시 중단하도록 협조를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 우리 회사는 관련 규정을 검토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바, 귀사에서도 향후 공사(계약) 일시중단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공문은 시공업체인 삼성물산, 한화건설, SK건설과 원자로 설비와 터빈발전기 등의 공급계약을 맺은 두산중공업에 전달됐다.
효성(상분리모선), 동국제강(철근), LG산전(전동기 제어반), LG전자(안전성 냉동기), 현대일렉트릭(전력용 변압기), 현대중공업(비상디젤발전기) 등 141개 품목을 납품하기로 계약한 80개 업체에도 같은 공문이 갔다.
한수원은 공문에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공사중단 요청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사중단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시공업체들은 한수원의 이런 요청에 "법적 근거가 없고 보상 방안이 빠져있다"며 반발했다.
두산중공업은 한수원 공문에 대한 회신에서 "정부의 단순 협조요청이 있을 뿐인 현재 단계에서 업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중지시킬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SK건설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명확한 보상 지침이 없어 필요한 추가 후속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바 조속히 보상방안을 포함한 현장운영 세부지침을 통보해 주기 바란다"고 회신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수원이 직접 공사중단을 지시할 경우 예상되는 법적 책임을 피하고자 업체들에 '셀프 중단'을 요청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장 한수원 노조는 시공업체에 대한 피해 보상 등으로 회사 재정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사회가 일시중단을 결정하면 이사회 전원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수원이 계약서에 근거한 공사중단 지시가 아닌 '협조요청'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회신에서 "본건 공사중단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법 절차에 따른 처분에 근거해 귀사(한수원)가 공동수급사에 중단을 지시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필요한 조치'에 대한 명확한 의미를 요청했다.
한수원은 공문은 이사회의 일시중단 결정에 대비한 준비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전에 계속 공정을 진행하거나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두기가 쉽지 않다"며 "새로운 공정은 가급적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이사회에서 공사 일시중단 여부를 논의한 한수원은 이번 주 중으로 이사회를 열어 다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의원은 "신고리5,6호기 일시중단에 대한 법적, 계약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일시중단에 따른 시공사와 협력업체 등에 대한 보상지침도 없이 중단 먼저 발표하고 협조요청을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원전 정책의 투명성 부족과 일방통행식 원전정책 추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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