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민도 사망자 속출…전염병도 4만명 발병 최소 32명 숨져
구호요원 기독교 포교행태에 "극단주의 정당화해주는 일" 비판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필리핀 남부 마라위를 점령한 채 한 달 이상 정부군과 교전 중인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이 어린이까지 총알받이로 내세워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레스티투토 파디야 필리핀군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어린이와 인질들이 총격전에 동원된다는 등 (도망쳐 나온 주민들로부터) 계속해서 충격적인 진술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병사들은 어린이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은 총을 든 채 전투에 관여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총격전에 동원되는 (성인) 인질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마라위를 점령한 IS 추종 반군 중 일부가 어린이 시절부터 총기 사용법을 배운 10대 청소년이란 점도 억지로 총기를 쥐게 된 어린이와 반군 대원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IS 추종 무장세력인 '마우테 그룹' 등은 지난 5월 23일 500여 명의 무장대원을 마라위에 투입해 도시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으며, 최소 100여 명의 민간인을 인질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디야 대변인은 "현재까지 타지역으로 대피하지 못한 주민은 약 300명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인질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질이 된 주민들은 총격전에 동원되는 외에도 예상 폭격지점에 배치돼 '인간방패' 역할을 하거나 탄약 및 보급품 운반, 부상자 치료, 시내 약탈 등에 이용되고 있다.
필리핀 군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민다나오 섬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군 토벌에 나선 이후 지난 10일까지 마라위 시에서는 마우테 대원 379명, 필리핀 군경 89명, 민간인 39명 등 507명이 사망했다.
전화를 피해 주변 지역으로 달아난 피난민 중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마라위 사태로 발생한 난민의 규모는 40만명에 달한다.
현지 보건당국은 대피소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현재까지 4만명이 발병해 최소 3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들의 병명은 주로 설사와 심한 탈수, 폐렴, 심장마비 등이었다.
대규모 감염사태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일부 환자는 콜레라 양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일부 대피소에서는 기독교를 믿는 구호요원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난민들을 상대로 포교하는 행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필리핀은 인구의 82.9%가 가톨릭을 믿지만, 남부 지역은 무슬림 인구 비율이 높다. 특히 마라위는 무슬림이 많이 사는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어서 난민은 무슬림이 대다수다.
일간지 선스타 등 현지 언론은 최근 마라위 인근 일리간 시 대피소에서 난민들에게 구급상자를 나눠주면서 민다나오 현지어로 쓰인 성경을 함께 배포해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대피소에서 생활 중인 난민 하지 아미르 알리는 "구호요원들이 역사책이라면서 성경을 나눠준 뒤 번갈아가며 기독교 교리를 설파했다. 나중에는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현지인마저 대피소로 들여보내 포교를 하게 했다"고 말했다.
현지 이슬람 지도자인 압둘하림 암보르는 무슬림 난민에 대한 포교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런 행태는 자칫 정부와 맞서 싸우는 극단주의자들의 행태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면서 "어려움에 부닥친 마라나오족(민다나오 원주민)을 돕는 노력에 복음 전파를 혼합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해당 구호단체는 성경을 나눠준 것은 사실이지만 악의는 없었다면서 강압적 개종 시도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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