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세제실·눈치보는 조세재정硏…증세논의 실종

입력 2017-07-11 15:20   수정 2017-07-11 16:21

우왕좌왕 세제실·눈치보는 조세재정硏…증세논의 실종

경유세 인상 놓고 세제실-국정기획자문위 엇박자

조세재정硏, 민감한 내용은 배포 취소하거나 아예 빼고 발표하기도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을 위한 증세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방향을 제시해야 할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우왕좌왕하면서 국민 혼란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정부 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내놓아야 하는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증세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의 연구결과는 아예 발표하지 않는 등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정부눈치 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11일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당초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일자리창출 및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토론회'와 관련해 당초 예정됐던 주제발표문 배포가 취소됐다.

이날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새정부의 조세정책 환경에 대한 요약'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기로 예정됐었다.

통상 조세재정연구원은 토론회 발표 시작 시간에 맞춰 주제발표문을 배포해왔으나 이날 오전 발표문 배포를 취소키로 결정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오전에 기재부에서 연락이 와 자료를 배포하지 말라고 해 결국 배포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산하기관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연구 자율성이 핵심인 국책연구원에 압력을 행사해 예정된 자료 배포를 취소시킨 셈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정부 눈치보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첫 세제개편을 앞두고 지난달 20일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을 시작으로 세목별 공청회를 개최해왔다.

소득세와 주세 공청회까지 조세재정연구원은 그동안의 세법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다양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일명 에너지 세제개편을 앞두고 정부 용역결과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자 이후부터는 아예 민감한 내용을 빼버린 채 '맹물 공청회'를 열었다.

지난달 29일 열린 상속·증여세제 공청회에서 강성훈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상속·증여세제 개선방향'에는 개선방향과 관련한 내용은 없고 그동안 상속·증여세를 둘러싼 제각각의 주장만 나열되는데 그쳤다. 구체적으로 세율 인상 또는 인하, 공제 확대 또는 축소와 관련된 내용은 전무했다.

이 역시 세제개편을 앞두고 증세 논의가 본격화되면 조세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재부와 조세재정연구원의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국민 이익을 위해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데 정작 기재부 눈치만 보는 셈이다.

우리나라 세법개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의 말바꾸기와 오락가락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경유세를 인상키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보도가 있자 다음날 최영록 세제실장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처해 "경유세 인상은 없다"고 해명했다.

최 실장은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면세자 비율 축소에 대해서도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 축소는 기재부가 매년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에서 추진 필요성을 강조해온 내용이다.

그러나 최 실장의 부인에도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사흘 뒤 공식 브리핑을 통해 경유 등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과 법인세율 인상 등 민감한 문제들은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이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역시 "한 번에 일시에 하는 것보다는 몇 단계로 나눠서 경유 전체의 소비를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경유세 인상 방침을 밝혔다.




기재부는 여전히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이날 토론회 축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경유세 인상 발언에 대해 묻자 "현 단계에서는 인상 계획이 없다"면서도 향후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글쎄"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처럼 세제개편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와 문재인 정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자문위가 소통에 문제를 노출하면서 국민 사이에 혼란만 커져가고 있다.

자신을 경유차 운전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며칠 사이에 경유세 인상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하니 이제는 어떤 발표를 내놔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당장 지적을 받더라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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