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버스운전·용접·전자제품수리·타워크레인 기사…여성노동자 집담회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모집공고에 남녀 구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갔는데 안 받아주길래 왜 그러냐고 하니 남자만 모집해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고요."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소극장 '인디톡'에서 민주노총이 '젠더를 뭉갠 언니들: 여성노동자의 일이 궁금하다'라는 주제로 연 집담회에는 조선소 용접기사, 타워크레인 조종사, 전자기기 서비스 기사, 자동차 정비기사, 동물원 순환버스 기사가 대담자로 나섰다.
이들은 모두 흔히 '남자의 영역'으로 알려진 분야에 진출한 여성노동자들이다.
60여석의 객석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 채웠고 이들은 각계로 진출한 '노동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타워크레인 기사 백순애 씨는 "25년 넘게 타워크레인을 조종하고 있다"며 "1992년 아는 선배가 '네 성격에 딱'이라며 기중기 기사 모집공고를 신문에서 오려줘서 이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백씨는 "끝도 없이 높은 타워크레인에서 버텨야 하니 생리현상을 최대한 참아야 해서 물을 안 마시려고 노력한다. 500㎖ 물 한 통을 사흘 동안 나눠 마실 정도다"라고 타워크레인 기사의 고충을 하소연했다.
전자기기 서비스 기사 오명선 씨는 우연히 업계에 발을 들였다. 에어컨 수리기사를 가장한 강도 사건이 발생하자 가전업체가 여성 서비스 기사를 뽑는 기회에 일자리를 얻었다.
오씨는 "8년째 기사로 일하며 컴퓨터, 노트북, 프린터 등을 수리한다"며 "한 번은 동영상이 안 나온다는 고객 집에서 컴퓨터를 수리하고 동영상을 틀어보니 음란 영상이었다. 무의식중에 공구 가방 안의 전동드라이버를 꽉 쥐고 있었다"고 성희롱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자동차 정비기사 하나 씨는 "사무직에 있다가 회의가 들어서 기술직에 도전하기로 하고 6개월 걸려서 기능사 자격을 땄는데 취업이 너무 어렵더라"며 "여자 정비사를 뽑는 곳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하나 씨는 "여자와 남자가 힘의 차이는 있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면서도 "소형 볼트를 풀 때 등은 손이 작은 제가 오히려 도와주는 경우도 많다. 1년 정도만 숙달되면 어려울 것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동물원 버스 기사로 일하는 최은희 씨는 "과거 경찰시험을 준비하느라 대형면허가 있어서 동물원 버스 기사에 응모했는데 가 보니 남자기사를 뽑고 있었다"며 "돌려보내려는 것을 '일단 써 보고 판단하라, 기회를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기존에 계시던 분들은 일반 시내버스처럼 정거장을 오가기만 하셨다"며 "저는 정거장마다 있는 동물을 승객들에게 설명해주는 등 즐기면서 일을 했다. 오히려 여성에게 적합하고 특화된 업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집담회를 개최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여성노동자'라고 하면 저임금, 성희롱, 일·가정 양립 등 제한적 담론을 떠올린다"며 "실제로는 우리 '언니'들이 가진 힘이 크다는 것,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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