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횟수 10년래 최다…당분간 폭염 예보돼 진화 난항 예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구촌 곳곳이 산불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전역에서도 고온건조한 날씨가 한동안 지속되며 산불 횟수가 기록적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11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가소방항공대가 지난 달 15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수행한 산불 진화 작업은 모두 391차례에 달했다. 이 같은 횟수는 10년래 가장 많은 것이다.
항공기 14대, 헬리콥터 6대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는 국가소방항공대는 지상 소방 인력과 지역별 항공소방대를 보충하며 산불 진화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11일에도 남부 나폴리 인근의 베수비오 화산 일대에서 5건의 산불이 발생해 관광객과 주민이 대피하고, 시칠리아 섬의 산불로 카타니아와 메시나를 잇는 도로가 폐쇄되는 등 산불 피해가 잇따랐다. 베수비오 산 일대에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1주일 새 두 번째이다.
나폴리가 위치한 캄파니아 지역에서만 이날 최소 100건의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600여 명의 소방대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도 로마 동부 외곽과 남부 칼라브리아, 아풀리아 지역에서도 폭염 속에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며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극도의 가뭄이 겹치며 지난 달 이래 로마에서 일어난 화재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라지 시장의 말처럼 로마 시는 올 들어 강수량이 평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로마시는 최근 행정 명령을 내려 오는 9월까지 가정용 수도로 수영장에 물을 채우거나 정원에 물을 주고, 세차를 하는 등의 물 낭비 행위를 할 경우 500유로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또, 시내 대다수 음용 분수대의 수도 꼭지도 잠궜다.
당국은 당분간 이탈리아 중부와 남부에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열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산불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환경단체인 레감비엔테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 대부분의 산불은 농경지나 건축용으로 토지를 재사용하길 원하는 사람들 또는 일자리를 보존하려는 산림 감시원들이 저지르는 방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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