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싫어하는 게 인간 본성이나 서열 뒤집기도 꺼린다"

입력 2017-07-13 07:00  

"불평등 싫어하는 게 인간 본성이나 서열 뒤집기도 꺼린다"

美연구 "조직 유지에 위계 필요하다는 생각 학습해서인 듯"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인간은 불평등을 거의 본능적으로 싫어하지만, 동시에 불평등을 완전히 없애고 기존 서열을 완전히 뒤집는 일은 꺼리는 습성을 어려서부터 학습을 통해 체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바사대학 경제학과 벤저민 호 교수를 비롯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중국 저장대학 경영대학원 공동연구팀은 이런 주장을 담은 실험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의 여러 학자 연구 결과들에선 인간은 진심으로 소득 불평등을 매우 싫어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평등이 지속하는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호 교수팀은 인간 본성 또는 심리에도 그런 성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이웃을 도와라-그러나 일정 한도 내에서만'이라는 내적 격언을 따르려는 성향이 인간에게 내장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호 교수팀은 주장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이 모르는 2명에게 당초 불평등하게 배분된 동전들을 재배분해보라고 시키고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했다.

1천여 명의 실험 참여자의 국적은 미국·중국·인도였으며 나이는 어린이에서부터 성인까지, 문화적 배경은 티벳의 목동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동전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옮김으로써 빈부격차를 줄이려는 성향을 뚜렷하게 보였다. 그러나 많은 경우 격차를 뒤바꾸는 수준까지는 하려 하지 않았다. 격차 뒤집기를 한 사람보다는 뒤집지 않은 사람이 2배였다.

특히 티벳 목동들의 경우 서열을 기존대로 유지한 비율이 매우 높았다.

어린이의 경우엔 기존 연구결과들과 마찬가지로 불평등을 싫어해 재분배를 하려는 성향이 만 4세 때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서열 뒤바꾸기를 싫어하는 성향'은 6~7세 때부터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간에게는 승자와 패자 또는 기존의 서열과 위계질서를 완전 뒤바꾸려 하지 않는 성향도 내재하며 이는 후천적 학습에 의해 습득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 이유에 대해 "기존 위계질서 유지가 조직과 개인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호 교수는 "많은 동물들도 집단 내 충돌을 줄이기 위한 안정적 기존 질서를 갖고 있다"면서 "서열은 개개인들의 (조직)구조에 대한 심리적 필요성을 실현하는 것이자, 조직(집단)내의 협력을 증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런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는 것은 기존 서열을 뒤집는 정치적 개혁 같은 것을 추진할 때의 갈등을 분석하는 데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버락 오바마 정부 때 개혁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적정부담의료법'(ACA)이 의료보호 대상을 확대해 좋은 측면이 많음에도 '상대적으로 잘사는 중산층' 가운데 많은 사람이 ACA에 반대한 이유 중 하나는 "일부 집단들에게 '불공정한 새치기'를 허용할 것이라는 생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수많은 저소득층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보다 조금 또는 많이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사람이 동등한 수준의 건강보험혜택을 받는 것은 싫어하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열 뒤집기 혐오가 사회적 재분배를 저해한다'는 제목의 이 연구 논문은 학술지 출판사 네이처가 발행하는 '네이처 인간 행동' 온라인판에[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17-0142] 10일자(현지시간)로 실렸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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