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대신 꽃 심기…"옷 더럽지만 마음 깨끗해졌어요"

입력 2017-07-12 15:46  

처벌 대신 꽃 심기…"옷 더럽지만 마음 깨끗해졌어요"

수원지검, 소년범에 '게릴라가드닝' 처분…이주청소년도 참여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1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발안초등학교 옆 화단에 활짝 핀 형형색색의 꽃들 사이로 웃음꽃을 활짝 피운 초등학생들이 재잘거리며 하굣길에 나섰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무성한 잡초에 담배꽁초를 비롯한 쓰레기가 가득한 공터였던 이곳은 어느 순간 화려한 꽃밭으로 탈바꿈했다.

절도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18명이 지난달 23일부터 1주일 동안 부모님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흙을 고르고 꽃을 심어 화단을 가꿨다. 수원지검(신유철 검사장)이 이들 청소년을 처벌하지 않는 조건으로 내건 '게릴라가드닝(Guerrilla Gardening) 조건부 기소유예'의 결과물이다.

게릴라가드닝은 도심 속 방치된 땅에 활력을 주고자 짧은 시간에 꽃과 나무를 심는 시민 공동체 활동으로 1973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됐다.

수원지검은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나이, 범행 동기와 이후 정황 등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하되 이처럼 게릴라가드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노후주택 밀집지역 공터를 시작으로 이곳 발안초 옆 공터까지 모두 5곳의 화단이 탄생했다.

경희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 등이 재능기부로 화단 디자인을 맡고 해당 청소년들의 부모는 물론 법무부 소속 민간봉사활동단체인 법사랑위원, 청소년상담사도 꽃 심기에 힘을 보태는 등 지역사회가 함께했다.

지난 5월 오산시 궐동의 한 공터에서 진행된 제4차 게릴라가드닝에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외국인청소년 11명도 참여했다. 검찰은 외국인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이들 외국인청소년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 차원에서 참여토록 했다.

게릴라가드닝을 마친 한 청소년은 "꽃을 심으며 옷은 더러워졌지만, 마음은 깨끗해졌다"며 "내가 가꾼 화단을 보고 주민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찰은 지난 10일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게릴라가드닝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좌담회를 열고 개선방향 등을 논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화단 조성 기획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거나 유지·관리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등 많은 의견이 오갔다"며 "법질서는 사법기관뿐만 아니라 지자체, 학계,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합심해서 이뤄야 한다는 사실이 이 제도를 통해 널리 알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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