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에티오피아에서 또 성 추문, 외교관 일탈 도 넘었다

입력 2017-07-13 18:14  

[연합시론] 에티오피아에서 또 성 추문, 외교관 일탈 도 넘었다

(서울=연합뉴스) 해외공관에 근무하는 우리 외교관의 성 추문 사건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에티오피아 주재 대사관에 근무하는 간부급 외교관 A씨가 계약직인 한국인 여성 행정직원을 성폭행했다는 피해신고가 접수돼 외교부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의 참사관급 외교관이 현지 10대 소녀를 성추행했다가 현지방송에 보도돼 국제적 망신을 산 지 9개월 만이다. 엘리트 집단이라고 자부하는 외교관의 성(性) 일탈행위가 잊을만하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니 딱한 노릇이다. 외무고시 출신인 A 씨는 지난 8일 직무상 도움을 줘 감사하다며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피해여성이 만취해 의식을 잃자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대사관 차원의 1차 조사 때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다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외교부는 피해여성의 진술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A 씨를 귀국시켜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형사 처벌, 중징계 등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2011년 상하이 총영사관 외교관들이 30대 중국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내부 정보를 유출한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직원 전원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하고 재외공관 평가전담대사를 신설해 매년 한 차례 이상 공관 감사를 하기로 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재외공관 외교관이 성 관련 비위로 징계를 받은 사례가 연평균 2건이라고 한다. 세계 곳곳의 우리 해외공관은 183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 수치가 징계까지 받은 사례만 취합한 것이란 점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칠레 성 추문 사건이 터진 후 외교당국은 재발을 막겠다며 감사관실 아래 특별감찰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아직도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고 이렇다 할 다른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조차 못 고친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리더십 교체, 대선국면 상황이었고 조직이나 예산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지난달 19일 취임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비(非)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부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 왔다. 새 수장이 들어서고 조직·인사 혁신을 추진하면 조직 전체가 긴장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게 상례다. 그런데 취임 한 달도 안 돼 에티오피아에서 성 추문이 터진 것을 보면 외교부 본부의 개혁ㆍ쇄신 분위기가 일선 공관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외교관의 일탈과 기강해이가 성 추문만은 아니다. 음주 운전, 공금유용, 주재국 교민들에 대한 '갑질'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교관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는 데다 지켜보는 눈이 적다는 생각에 해이해져 이런 일이 더 빈번한 것 같다. 칠레 성추행 사건 당사자는 파면당한 뒤 형사재판까지 받고 있다. 그런데 에티오피아에서 또 불미스러운 일이 터진 것은 외교관 개인에 대한 엄벌로는 이런 일탈행위를 막지 못한다는 뜻이다. 재외공관의 기강 해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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