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여당대표 체면 구겨"…'靑-秋 관계' 악화 우려도
靑 "秋 언급 안했다" 진화…秋측 "충분히 상의한 것"
'한양대 동문' 추미애-임종석 악연 되풀이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청와대가 국민의당의 추경 심사 복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대신해 직접 유감 표명에 나서면서 추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국민의당이 추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보이콧에 들어가며 국회가 멈춰섰지만, 정작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면서 '당사자'인 추 대표는 옆으로 비켜선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추 대표 측에서는 "충분히 상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에서는 "청와대도 추 대표의 발언을 (대표가 아닌) 국회의원 한 사람의 발언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라며 "추 대표가 정치적 타격을 입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머리 자르기' 발언 등으로 마음이 상한 국민의당이 '정치적 해석'을 통해 추 대표에게 되갚아준 모양새다.
이처럼 추 대표가 논의 과정에서 제외된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이후 청와대와 추 대표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대리사과'에 나선 것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점에서 대선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노출됐던 추 대표와 임 비서실장의 악연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 秋측 "충분히 상의" vs 국민의당 "정치적 타격" = 추 대표 측에서는 임 비서실장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민의당을 찾아가기 전 추 대표와 충분한 상의를 거쳤다면서, 이번 논의에서 추 대표가 배제됐다는 분석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현 대변인은 문자 브리핑을 통해 "추 대표와 전 정무수석 간에 상황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며 "추 대표는 추경에 대한 국민의당의 입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정무수석 역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 대표와는 사전에 얘기해서 (국민의당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추 대표 측의 한 관계자 역시 "국민의당이 명분을 얻기 위해 추 대표를 대신해 청와대가 사과한 것처럼 얘기한 것"이라며 "대화를 더 과장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에서는 임 비서실장과 전 정무수석이 분명히 '추 대표의 발언으로 오해가 조성돼 유감스럽다'는 점을 명시했다면서 "추 대표가 정치적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공격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역시 추 대표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고, 박지원 전 대표도 "청와대가 사과를 대신했기 때문에 추 대표는 정치적으로 데미지를 입을 것이다. 대통령도 못 말리는 통제 불가능(uncontrollable)한 사람이라서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과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추 대표가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최명길 원내대변인 역시 "청와대도 추 의원의 발언은 그냥 국회의원 한 사람의 발언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라며 "여당 대표의 발언이 여권 내에서 아무런 무게가 있는 발언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각도로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이후 청와대와 추 대표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야권 관계자는 "추 대표가 이번 청와대의 대리사과로 체면을 구긴 셈"이라며 "이후 야당과의 협상 등에서도 힘이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추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원내지도부 간에도 냉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번 청와대의 '대리사과'가 우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의 도중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는 전 정무수석이나 임 비서실장이 추 대표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당청관계 악화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 추미애-임종석 '악연' 재연도 주목 = 추 대표와 임 비서실장 간 불편한 관계가 다시 드러났다는 점 역시 당청간 냉기류 확산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추 대표와 임 비서실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선대위 구성을 두고 충돌한 바 있다.
추 대표가 김민석 전 의원을 종합상황본부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임 비서실장을 비롯한 경선캠프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추 대표는 당시 후보 비서실장이었던 임 비서실장의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이후인 지난 5월 11일에는 임 비서실장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예방했지만, 당시 추 대표는 병원 예약을 이유로 만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청간 불협화음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닷새 뒤인 5월 16일에는 임 비서실장이 다시 추 대표를 찾아 장미꽃을 건네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번 '대리사과'를 계기로 갈등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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