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문화공간서 유흥가로…'홍대 거리' 변화의 그늘

입력 2017-07-16 09:30  

대안 문화공간서 유흥가로…'홍대 거리' 변화의 그늘

록밴드 라이브클럽→댄스클럽으로 바뀐 상징…밤새워 영업하는 주점

관할 지구대 112신고출동 전국 1위…최근 흉기난동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김지헌 기자 = "홍대 주변은 젊은이들 해방구죠. 근데 업주들이 밤을 새워서 술을 팔아요. 술만 팔면 된다는 생각들인지. 계속 이러다 보면 이곳은 점점 쇠퇴할 겁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일대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에게 홍대 주변 문화에 관한 의견을 묻자 안타깝다는 듯 돌아온 대답이다.

지금도 젊은층 문화의 상징적 공간으로 여전히 남아 있지만, '홍대 클럽'으로 대표되는 이 지역의 문화적 풍경이 과거와 다르다는 시각이 많다.

홍대는 1990년대부터 '인디'(Indie)로 통칭되는 대안 문화의 중심지였다. 당시 홍대 클럽은 지금처럼 '음주가무' 중심이 아니라, 요즘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록밴드들이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선보이는 라이브클럽이었다.

2000년대 들어 힙합을 다루는 클럽이 하나둘 등장했고, 이후 홍대가 유명세를 치르면서 댄스클럽이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니 자연히 식당과 주점도 늘어 언제부터인가 홍대입구역 주변은 '술 마시는 거리'로 통했다.

지역이 유명해지니 임대료가 오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라이브클럽 등 대안 문화공간은 변두리로 밀려났다. 이 역시 홍대 주변의 풍경을 바꿔놓은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홍대에서 밴드활동을 했고, 지금도 이 지역에서 사는 정모(36)씨는 홍대 인근 풍경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0년대 중후반에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가장 상징적이었던 부분은 '클럽'이라는 단어의 지시 대상이 바뀌었다는 거죠. 록밴드 클럽에서 댄스클럽으로요. 이 공간에서 유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에요."

요즘 금요일과 주말 밤에 홍대 인근에서 흔하게 보이는 모습을 꼽으라면 새벽녘까지 술을 마시고 취해 거리에 쓰러져 있는 젊은이들이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들을 뒤치다꺼리하느라 진땀을 뺀다.

경찰 관계자는 "금요일 밤이면 이런 신고가 30건쯤 들어올 것"이라며 "응급상황이 아니면 병원으로 보내기도 어려워 지구대에 눕혀 놓고 보호자를 찾는데, 지갑이나 가방까지 잃어버려 연락할 사람이 없으면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클럽이나 주점에서 시비도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은 술에 취해 옆 사람 지갑이나 휴대전화를 훔치거나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 등 사소한 이유로 주먹이 오가는 사건들이다. 클럽에서는 성추행 신고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연예인들이 대마초를 피우거나, 경찰이 각종 마약사범을 검거한 사례에서는 홍대 클럽이 마약류 투약·유통장소로 언급될 때가 많다.

이 지역을 담당하는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는 전국 지구대·파출소 중 연간 112신고 출동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을 합치면 신고 건수가 200건에 육박한다고 한다.

큰 강력사건은 흔하지 않지만, 앞서 15일에도 홍대 인근 주점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던 한 20대 남성이 사소한 시비 끝에 술병을 깨 손님들에게 휘둘러 14명을 다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홍대 클럽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다 사라진 여대생이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하는 등 마음을 놓기 어렵다.

경찰은 술 판매가 중심이 된 상권 문화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지역 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찰 관계자는 "업주들이 술만 팔면 된다는 생각일 뿐 손님에 대한 보호는 소홀하다는 느낌"이라며 "젊은이들의 축제 지역이 돼야 할 홍대 주변이 험한 곳이 되지 않으려면 업주들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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