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 2015년 사망) 전 총리의 유언을 둘러싸고 벌어진 자녀들 간의 싸움과 관련해 처음으로 시민들이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1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싱가포르 내 유일한 집회허용 장소인 스피커스 코너(Speakers' Corner)에서 4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리콴유 전 총리의 자택 처리 문제를 둘러싼 형제들과의 분쟁 과정에 장남인 리셴룽(李顯龍·65) 총리가 권력을 남용했는지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위해 대통령 직속 조사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또 이들은 "싱가포르는 국민의 것이지 리 씨 가문 것이 아니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으며, 최근 의회가 리셴룽 총리의 권력남용 여부를 밝힌다면서 열었던 토론회가 '눈가림'을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집회를 주도한 정치운동가 오스만 술라이만은 "리셴룽 총리와 그 형제들 간의 다툼은 단순히 리콴유 전 총리의 유언을 둘러싼 싸움이 아니다"면서 "총리의 권력남용 주장은 공개되지 않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그의 형제들에게서 나온 것"이라며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은 2004년 총리에 취임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 국정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형제들과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명성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동생들은 리 총리가 '사후에 자택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왕조 정치'를 꿈꾼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리 총리가 아들인 리홍이(李鴻毅·30)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리 총리는 동생 가족에 의한 유언장 조작설을 제기했고, 남동생인 리셴양(李顯陽·60)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은 형수인 호칭(何晶·64) 테마섹 최고경영자의 부친 문서 절도 의혹으로 맞서는 등 양측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졌다.
'정면돌파'를 택한 리셴룽 총리는 지난 3일부터 의회에서 청문회 형식의 토론회를 열고 형제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의회는 지난 3∼4일 리 총리 동생들이 제기한 총리의 권력남용 의혹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리 총리는 토론회 말미에 스스로 의혹이 대체로 해소됐다고 선언했지만, 의석이 작은 야당 등이 제대로 문제를 파헤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리 총리와 형제들은 이 문제를 사적인 영역에서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휴전'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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