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공개 반발한 프랑스군 합참의장 전격 사임(종합)

입력 2017-07-19 18:26  

대통령에게 공개 반발한 프랑스군 합참의장 전격 사임(종합)

마크롱, 재정적자 줄이려 국방예산 등 삭감 추진…군 수뇌 반발

드빌리에 "나를 엿먹이도록 놔두지 않을 것" 반발 끝에 물러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군 합참의장이 국방예산 감축을 놓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대립하다 결국 사임했다.

피에르 드빌리에(61) 합참의장(대장)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지휘권을 더는 행사할 수 없게 됐음을 절감한다"면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드빌리에 합참의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올해 국방예산 삭감 조치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를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묶어두기 위해 국방예산 8억5천만 유로(1조1천억 원 상당) 삭감 등 긴축재정을 추진하고 있다.

드빌리에 대장은 오는 21일 엘리제궁 주례 안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과 국방예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예산 감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군 합참의장이 국가원수의 방침에 반발해 사임한 것은 제5공화국 출범 이래 처음이다.

드빌리에 대장은 지난 17일 사임 의사를 굳히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뒤 그날 오후 엘리제궁을 찾아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집무실로 돌아와 프랑스의 육·해·공군 수뇌부를 소집해 마지막 회의를 열었다.

마크롱은 취임 후 합참의장을 유임시켰으나, 드빌리에 대장은 최근 정부가 예산감축을 추진하자 공개적으로 반발해왔다.

이에 마크롱이 드빌리에의 '항명'을 작심하고 비난하면서 군 통수권자와 최고위 장성 간의 대립은 일주일 가량 이어졌다.

특히, 평소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드빌리에 대장이 지난 12일 발언한 내용이 여과 없이 보도되자 엘리제 궁은 이를 '항명'으로 받아들여 경질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드빌리에 대장은 당시 정부 안보 관련 회의와 하원 국방위원회에서 "이렇게 나를 엿먹이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예산삭감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보고를 받은 마크롱은 다음날인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기에 앞서 국방부를 직접 찾아 경고장을 날렸다. 원래는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하루 앞두고 군을 격려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자리는 이내 군 수뇌부에 대한 경고의 장으로 바뀌었다.




마크롱은 "모든 부처에 (지출 삭감) 노력이 필요하고 군도 마찬가지다. 정당하고 충분히 실행 가능한 지시인데, 이런 논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명예롭지 않은 행동"이라며 드빌리에 대장의 행동에 쐐기를 박았다.

이어 "나는 당신들의 상관이다. (재정적자 감축) 약속을 지키겠다. 어떤 압력도 조언도 필요하지 않다"며 '항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 일간 르피가로에 '해외에서 테러 격퇴전을 벌이는 군의 상황과 현재의 예산을 둘러싼 문제 간의 간극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군 수뇌부의 주장이 보도되는 등 군의 반발은 계속됐다.

그러자 마크롱은 최후 수단으로 합참의장 경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의 15일자 인터뷰에서 그는 "합참의장이 대통령과 의견이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면 합참의장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면서 예산삭감에 대한 공개반발이 계속되면 군복을 벗기겠다고 경고했다.

드빌리에 대장은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사임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가에서는 주장이 강하고 명예를 중시해온 드빌리에 대장이 대통령의 공개질책을 받은 이상 경질되기 전에 먼저 사임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평소 장병들에게 SNS로 메시지를 전달해온 드빌리에 대장도 지난 14일 샹젤리제 군사퍼레이드가 끝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음번 편지의 내용은 보류해두겠다"면서 사임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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