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요청 동영상으로 한도 채운 與의원 사례는 '그림의 떡'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우리 당에서는 박주민 의원 같은 케이스가 나오기 힘들겠죠."
민심이 보수진영에 등을 돌리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녹록지 않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지난 겨울 탄핵 국면을 통과하며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9년여 만의 여야 교체로 '여당 어드밴티지'까지 빼앗기며 정치후원금이 예전같이 않는 탓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치후원금을 요청하는 동영상을 올린 지 사흘 만에 후원금 한도를 채운 뒤 "여러분이 보내주신 응원과 지지가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라는 메시지와 감사 동영상을 지난 17일 올렸다.
앞서 같은 당 손혜원 의원도 지난해 "모르는 분들께 돈 달라는 얘기가 무척 어렵지만 용기를 낸다"며 공개적으로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후원금을 요청, 4시간 만에 후원금 계좌를 마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소식은 한국당 의원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자 남의 일이다.
한 수도권 지역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주민 의원이나 문재인 대통령처럼 일종의 '팬덤'이 형성돼 있다면 그런 식의 모금이 가능하지만 이쪽은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길게 하지 못한 한국당 초선의원이나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들의 후원금 모집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건 한국당 중진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통 매년 한도를 성공적으로 채워왔지만, 올해는 평년과 달리 7∼8월 정도면 어느 수준까지 모였어야 할 금액이 안 모이고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한국당 의원 상당수는 연말을 더 걱정하고 있다. 통상 후원금 모금이 연말에 집중되는데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후원금 액수가 대폭 줄어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연말에는 진성 당원이나 고정 지지층의 후원 못지 않게 연말정산을 앞두고 세액 공제 혜택을 위한 일반 시민들의 후원이나 기업 및 각종 기관 관련 후원금이 집중되는 시기다.
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한 의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제 야당이 됐으니 기업과 기관들에서도 아무래도 야당 의원보다 여당 의원에게 후원금 지원 비중을 늘리지 않겠느냐"면서 "연말에도 예전과 같은 모금은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시민의 후원 역시 무시못할 부분"이라며 "그런데 한국당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한다면 과연 자발적으로 후원에 나설 일반인이 얼마나 될지 걱정된다"고 푸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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