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한국학교 운영난] ④ "왕따 없는 우리들의 천국"

입력 2017-07-31 07:31   수정 2017-07-31 07:43

[재외한국학교 운영난] ④ "왕따 없는 우리들의 천국"

"자율성 보장" "운동장 사이좋게 나눠" 재학생 만족도 높아

졸업생 "모국 명문대서 통하는 실력…자신감이 중요" 조언

(베이징·칭다오·오사카·도쿄=연합뉴스) 강성철 가지 = "다문화 출신이든 장애가 있든 모두 친구입니다. 한국과 달리 이곳에서는 왕따도 전혀 없죠. 학교는 우리에게 천국과 같습니다."

재외 한국학교에도 '왕따'나 '일진'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학생들은 한결같이 "없어요!"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수업이 끝나도 학교에서 놀다 가요"거나 "학교가 늘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낡거나 부족한 시설로 인한 불편함에도 학교생활 자체에는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부산에서 16년간 교사 생활을 하다 북경한국학교로 초빙돼 6년째 근무 중인 박미경 교사는 "본국 학교 아이들보다 훨씬 순수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을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아서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칭다오청운한국학교에서는 지난해 한국의 중학교에 다니다 전학을 온 학생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일진 흉내를 내며 급우를 때린 일로 학교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고 한다.

서헌희 교무부장은 "가해 학생을 전학 보내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는데, 교사들이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전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고 귀띔했다.




◇ 칭다오청운한국학교 2년 연속 '최우수 한국학교'

2006년 개교해 유치원과 초·중·고생 816명이 다니는 칭다오청운한국학교는 2015년부터 2년 연속 교육부의 최우수 재외한국학교에 선정됐다. 학교 행정의 투명성, 교육환경 개선, 어학 등 특성화 교육 실시, 급식 개선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내 식당에서 만난 학생들은 "입맛에 맞느냐"는 질문에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재식 행정실장은 "매일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려고 새벽마다 시장에 들러 식자재를 구입한다"고 했다.

학생회장인 박태림(고3) 양은 '학교생활에서 제일 좋은 것'으로 "자율성이 강조된 면학 분위기"를 언급했다. "학과공부뿐만 아니라 특별활동도 '무엇을 해라'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펼쳐보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박 양은 회장 선거 때 '학생회 견제를 위한 대의원회 활성화' '중국 문화생활 적응 사업' '사진전' '재외국민 골든벨'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들 사업은 올해 1학기 때 모두 시행됐다.

학생회 간부인 김수인 양은 이들 사업 가운데 중국어가 서툴러 학용품 구매 등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해 인터넷으로 구매대행을 해주는 '중국 문화생활 적응 사업'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했다.

서헌희 교무부장은 "개교 이래 조선족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백두산양로원'과 장애인 학교인 '동행의 집'을 매달 한 번씩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친다"며 "약자를 배려하는 인성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 "선후배 아닌 언니·동생"…동경한국학교

초·중·고생 1천383명이 다니는 동경한국학교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건물이 마주한 가운데 운동장이 있다. 직선거리 100m가 안 되는 좁은 공간이지만 뛰어놀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 점심시간에는 사이좋게 20분씩 나눠쓴다.

우주현(고2) 양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줄곧 다녀 선후배가 아닌 언니나 동생 같은 느낌"이라며 "졸업한 선배들도 동창회에 나가면 초·중·고 어느 쪽 모임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졸업하면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을 거 같으냐는 질문에 배정열(고2) 학생회장은 "매년 3·1절에 일본 천황이 거주하는 황궁을 중고생 전원이 한 바퀴 도는 단축마라톤 행사"라며 "황궁이라 좀 위축됐고 거리도 5㎞라 힘에 부치지만 선후배가 함께 뛰어 든든하고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득영 교장은 "나라를 빼앗겼던 아픔을 잊지 말자는 의미도 있지만 일본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더불어 살자는 취지"라고 소개했다.

이 학교는 '다문화 공생' 교육을 중시한다. 일본 학생들과의 교류를 장려해 지역 문화축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근처 신오쿠보에 자리한 코리아타운에서 청소봉사도 꾸준히 하고, 합창부는 매년 10월 '한일 축제 한마당'에 참가해 공연도 펼친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헤이트스피치'(인종혐오 발언)로 인해 학생들이 힘든 상황에 빠져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네 놀이터에서 빈 페트병을 던지며 '조선인 꺼져라'란 위협을 했다"(정모군, 중2) "공원에서 느닷없이 욕설하며 머리를 쥐어박았다"(이모양, 중2) "가게에서 아줌마로부터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폭언을 들었다"(김모양, 중3)는 증언이 잇따랐다.

무섭지 않으냐고 질문에 이들은 "그런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친절해서 겁나지 않는다"며 "학교에서 배운 건 차별에 차별로 맞서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 "한국학교 다닌 덕에 모국 대학생활 든든해"

"모국 대학생활 첫 학기를 보낸 소감을 말하라면 한 마디로 '해볼 만하다' 입니다. 후배 여러분 여기서 배운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세요."(박준석 씨, 고려대 1학년)

지난 10일 북경한국학교 2학년 교실에서는 올해 모국 대학에 입학한 선배들이 찾아와 학교생활과 대입준비 등을 조언하는 '멘토링' 시간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재외 한국학교 학생들은 주로 모국의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는다. 교육부 인가학교로 모국의 교육과정을 배우기 때문에 고교학력을 그대로 인정받는 것을 물론 대학입시에서는 특례입학 적용도 받는다.

이날 일부 후배들은 외국에서 초·중·고를 다니다 보면 한국어나 한국문화 등에 익숙하지 않아 모국에서의 대학생활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어떤 과목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답변에 나선 홍지현(서울대 1학년) 씨는 "대학에 들어오니 토론 수업이 많은데 한국학교에서 일상적으로 해오던 것이라 쉽게 적응했다" 며 "중국인 유학생의 한국생활 멘토 봉사 등 중국어나 영어를 활용할 기회가 많은 만큼 어학 실력을 최대한 키워두라"고 조언했다.

김호영(한국해양대 1학년) 씨는 "이공계가 목표라면 수학· 물리 등을 충실하게 공부해 두라"면서 "외국에서 성장했다는 것에 주눅이 들지 말고 오히려 글로벌한 시야를 가졌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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