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댐 물 채워라"…국보 암각화 보전보다 시민 식수 우선

입력 2017-07-25 16:22  

"사연댐 물 채워라"…국보 암각화 보전보다 시민 식수 우선

"반구대 암각화 살리려 낮춘 댐 수위 높여야" 울산시, 정부에 촉구 공문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울산시가 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 보존 공사를 위해 한시적으로 수위를 내린 식수전용 사연댐의 수위를 다시 높여 댐에 물을 채워 달라고 촉구하는 공문을 최근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 문화재청, 환경부 등 4곳에 보냈다.

사연댐 수위는 2014년 8월 문화재청 등이 반구대암각화 임시 가변형 물막이(카이네틱) 공사를 한다며 48m(해발 기준, 만수위는 60m) 이하로 낮췄다.


임시 물막이 공사는 30억원의 예산만 날린 채 실패로 끝났다.

사연댐은 수위가 48m일 때는 유효 저수율이 11.9%에 불과해 댐 기능이 거의 상실된다.

최근 가뭄이 이어지면서 25일 현재 사연댐 수위는 46.09m로 유효 저수율에 3.8%에 그치고 있다. 74만2천t 정도의 물이 남아 있지만 혼탁하고 부유물이 많아 식수로 생산하기 불가능해 지난 20일부터 취수를 완전 중단한 상태다. 이 댐의 수위 45m 이하는 사수(死水)로 쓸 수 없다.

울산시는 사연댐이 인위적 수위 조절과 가뭄으로 청정 식수댐의 기능을 완전히 잃자 지난 20일 국토부와 문화재청 등 댐과 암각화를 관리하는 정부 부처에 사연댐 수위 회복을 비롯한 울산의 물 부족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이다.

시는 공문에서 "자체 청정원수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연댐의 기능이 마비돼 낙동강 물을 식수로 전량 공급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쌓여가고 있다"며 "임시 가변형 물막이 사업을 위해 댐 수위를 48m 이하로 조절했는데, 이 사업이 지난해 7월 중단된 만큼 댐 수위를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시는 또 "국토부의 2025년 목표 수도정비기본계획상 울산의 물 사용량 산정 오류를 정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시는 "애초 2025년 기준 울산의 물 사용량을 1일 평균 39만t으로 산정해 원수 공급계획이 마련됐으나 현재 1일 평균 42만t의 원수가 사용되고 있어 최소 45만t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시는 이런 내용을 근거로 정부가 애초 울산에 공급하기로 한 운문댐 물 하루 7만t을 조기 공급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사연댐의 수위에 따라 댐 상류 대곡천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 여부가 결정된다.


사연댐 수위는 만수위인 60m(해발 기준)일 때 2천500만t을 담을 수 있다. 45m 이하 수위인 사수 549만t을 빼면 유효 저수량은 1천951만t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너비 8m, 높이 4m로 서 있는 평평한 바위면에 새긴 7천년 전 선사인의 그림이다. 암각화의 높이는 해발 53m에서 57m다.

사연댐 수위가 53m일 때 암각화 아랫부분이 침수되기 시작해 57m일 때 완전히 수몰된다.

문화재청이 10여 년 전부터 자연 방류형 댐인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52m 조정하고 반구대 암각화가 더는 침수로 인한 훼손이 가속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울산시에 주문하는 이유다.

그런데 울산시 입장은 다르다.

문화재청 주장대로 사연댐 수위를 52m로 제한하면 유효 저수율의 34.2%인 668만t밖에 사용할 수 없다. 댐이 아니라 대형 저수지로 전락하고 올해처럼 장기 가뭄으로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식수댐의 역할을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청정 식수 전용댐을 비워둔 채 해마다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는 낙동강 물을 수자원공사에서 구매해 시민에게 전량 식수로 공급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정부가 울산에 맑은 물을 공급한다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자는데 반대할 시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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