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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블랙리스트' 유죄 판결, 제도 개선도 이뤄지기를

입력 2017-07-27 18:16  

[연합시론] '블랙리스트' 유죄 판결, 제도 개선도 이뤄지기를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대해 법원이 헌법 정신에 역행하는 위법행위로 판단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게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는 등 관련자 7명 대부분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구체적인 개입 행위를 찾기 어렵다며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집행유예로 석방했다. 이번 판결은 비록 1심이기는 하지만 실체를 두고 논란이 거듭됐던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고,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억압한 관련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해 '비선진료'와 '삼성합병 압박'에 관한 법원의 1심 판단이 유죄로 나온 데 이어 블랙리스트 관련자들도 유죄 판결을 받아 국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엄벌 의지를 보여줬다.



재판부는 우선 블랙리스트 자체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일부 피고인 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원배제는 헌법과 문화기본법이 규정하는 '문화·표현 활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기춘 전 실장 등이 주장한 '비정상의 정상화' 주장과 관련해서도, 그렇게 평가받으려면 "투명하게 추진했어야 하는 데 반대로 지원배제 행위가 은밀하고 집요한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실행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지원배제 기준도 '야당 지지', '세월호 시국선언',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등으로 합리성이 없었다고 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김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비서실장으로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할 임무가 있는데도 가장 정점에서 지원배제를 지시했다"며 "그런데도 자신은 전혀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고, 또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회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문제로 인해 "법치주의와 국가의 예술지원 공공성에 대한 문화예술계와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문화계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의견도 들린다. 그런데 김 전 실장 등 일부 피고인들은 항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도 조 전 장관의 무죄 부분 등에 대해 항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특검에 의해 '공범'으로 적시된 박 전 대통령도 이번에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에 대한 사직 강요의 주범으로 인정돼 향후 재판에서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지난해 11월 말 박영수 특검팀이 출범한 이후 8개월 만에 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때마침 문체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31일 활동을 시작한다. 이 위원회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토대로 백서를 발간하고 제도적 개선책도 모색한다고 한다. 블랙리스트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받았던 고통을 치유하고, 비정상적 행태를 바로잡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침해한 이번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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