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400m 4위·200m 8위…1,500m는 아깝게 결승 무산
출전한 결승마다 '최고령·유일한 80년대생' 타이틀
노민상 전 감독 "준비 기간 고려하면 긍정적"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박태환(28·인천시청)에게 올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많은 의미를 가진다.
비록 '노메달'에 그쳤지만,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한 건 적지 않은 소득이다.
서른 살을 눈앞에 둔 박태환은 이번 대회 결승에서 매번 '최고령 선수' 신분으로 경기를 치렀다. 체력 한계를 딛고 결승까지 진출했다는 점에서 '베테랑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까지만 해도 세계 수영계는 박태환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기울였다. 그 대회에서 박태환은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걸고 대한민국에 두 번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이런 관심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온통 관심은 호주의 맥 호튼과 중국의 쑨양의 '리턴 매치'에 쏠렸다.
이처럼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이번 세계수영선수권대회까지 '도전자'로 치른 박태환은 이번에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확인했다.
긴 공백기를 딛고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여전히 메달권에 근접할 만한 기량을 확인했다는 점은 성과다.
그러나 자유형 200m 결승에서 보여준 '체력 저하'는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박태환에게 숙제로 남았다.
가장 먼저 치른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은 0.45초 차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자신의 주 종목에서 박태환은 3분44초38로 결승을 마무리했다. 3위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3분43초93)에 0.45초 뒤지는 기록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박태환의 기록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3분45초63)보다는 좋았지만, 전국체전(3분43초68)보다 저조했다. 만약 전국체전 기록만 유지했더라도 박태환은 쑨양(중국·3분41초38)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는 박태환의 '세계 정상'을 공인한 대회였다.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에서는 18세의 나이로 깜짝 우승을 차지해 세계 수영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고,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에서는 1번 레인에서 경기하고도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의 예선 탈락 아쉬움을 씻은 건 적지 않은 소득이나 '잃어버린 2초'를 찾는 건 계속해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숙제로 남았다.
자유형 200m는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준결승에서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인 1분46초28을 냈던 박태환은 결승에서 1분47초11에 그쳐 8명 중 가장 늦게 터치패드를 찍었다.
8번 레인에 배정받아 2011년 '1번 레인의 기적'을 떠올렸지만, 출전한 선수 중 유일한 80년대생인 박태환은 계속된 경기로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노출했다.
박태환이 중거리 종목인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면, 최장거리인 1,500m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마의 15분 벽'을 넘어 14분59초44로 전성기 때보다 오히려 좋은 성적으로 골인했다.
8위 선수보다 0.12초 뒤져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건재를 과시했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노민상 전 감독은 박태환의 이번 대회를 두고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충분히 긍정적인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노 전 감독은 "리우에서 힘들었던 박태환이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결승에 올라간 것만 해도 잘했다. 그리고 마지막 종목인 1,500m를 포기하지 않고 출전한 것도 후배 선수들에게는 귀감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정이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노 전 감독은 "아직 박태환에게는 내년 아시안게임과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대회 등이 남았다. 긴 공백기를 보낸 뒤 오랜만에 세계 정상급 선수와 만났으니, 어떤 식으로 힘을 배분해야 할지 느낀 게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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