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AF 개막작 '러빙 빈센트'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10월 국내 개봉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제21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개막작인 '러빙 빈센트'는 손으로 직접 그린 유화 6만2천450점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고흐가 남긴 수많은 걸작 속 풍경과 캐릭터들이 스크린 속에 되살아나 움직이면서 그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한다.
작품을 들고 한국을 처음 찾은 폴란드 출신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원하는 길을 찾지 못해 힘들었던 시절,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개척했던 반 고흐의 편지를 읽고 자극을 받아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유화 애니메이션의 길을 개척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던 건 9년 전 제 인생과 커리어의 길을 찾던 힘든 시기였어요. 10년간 회화 교육을 받고 졸업한 뒤 영화·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면서 편집 후 작업을 맡았는데, 제가 원하던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작업이었죠. 제가 좋아하는 회화를 저의 커리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반 고흐의 편지를 읽게 됐고 애니메이션과 유화를 접목하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는 "당시 제 나이가 28살이었는데 반 고흐도 28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늦은 나이에 입문했는데도 용기를 갖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그의 열정에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완성된 작품이 나오기까지는 7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 가장 힘든 것은 예산 확보였다. 그는 "유화 애니메이션이 전례가 없는 첫 시도여서 선뜻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없었다"며 "예산 문제만 없었다면 4년 안에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비엘라 감독은 고흐가 남긴 그림과 편지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애니메이션에 활용된 고흐의 그림은 130점에 이른다.
그는 "고흐는 다른 화가와 달리 자신의 주변 인물과 사적 공간을 많이 그렸기 때문에 그의 그림에 편지를 더하면 그의 삶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며 "고흐의 그림과 편지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고흐가 죽은 뒤 고흐의 편지를 전달했던 우체부의 아들 아르망이 고흐 주변 인물들을 찾아가면서 고흐의 죽음을 추적해가는 구조로 진행된다.
그는 "아르망이 고흐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주변 인물들을 만나 고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며 "고흐의 그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서 고흐의 인생과 예술의 여러 가지 면을 보여줄 수 있는 내러티브"라고 설명했다.
작품에 사용된 6만2천450점의 유화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화가 107명이 직접 손으로 그린 것이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하면 좀 더 손쉽고 정교하게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데 왜 손으로 그린 유화를 고집했을까?
그는 "이 작품은 반 고흐에 바치는 오마주"라며 "고흐에 대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그의 스타일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컴퓨터그래픽으로는 고흐의 작품 스타일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흐의 작품 자체가 배경이 되기 때문에 실제 붓 터치가 느껴지는 유화만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애니메이터가 아니라 모두 화가였는데, 그림을 단순히 복사하는 게 아니라 화가들이 유화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작업이기에 어떤 그림에는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그 실수마저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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