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리아 연대기②] 신화 속 트로이목마를 찾아…400년간 추적중

입력 2017-07-30 12:30  

[아나톨리아 연대기②] 신화 속 트로이목마를 찾아…400년간 추적중

발굴단장 "트로이 위치, 확정적 근거 아직 없어"…"전쟁 있었는지도 불확실"

"기록 유물 거의 발견 안 돼"…"韓연구진 발굴참여 환영"




(히사를르크테페<터키>=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신과 영웅이 권력과 미녀를 쟁취하려 지략과 무력을 겨루는 트로이전쟁 서사시는 수천 년간 환상과 역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난공불락의 트로이를 무너뜨린 목마 이야기는 그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달 17일 세찬 바람 속에 도착한 터키 서부 차나칼레 히사를르크테페에 있는 '트로이 유적' 입구에는 높이 8∼9m 목마가 서 있었다. 겨우 그 크기로 트로이 왕국을 함락시켰으랴. 당연히 상상으로 만든 재현품이다.

트로이 유적지에는 이 지역에서 지난 140여 년간 발굴·복원한 옛 성벽과 기타 돌 구조물의 흔적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19세기 후반 이곳에서 발견된 금속 세공품을 비롯한 '보물'은 독일로 반출됐고, 2차 대전 후 혼란에 사라졌다. 나중에 러시아 박물관에 수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적은 호메로스가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 묘사한 트로이 왕조로 추정되는 시기뿐만 아니라 기원전 3천 년대부터 13세기 비잔틴 시대까지 순차적으로 생성·소멸한 도시가 쌓인 집합체다.

2014년부터 트로이 유적 발굴단을 이끄는 뤼스템 아슬란 교수(차나칼레 3·18대학)는 "도시가 번성했다가 지진으로 파괴·매몰되기를 반복하면서 10개 유적 층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아슬란 교수는 약 150년에 이르는 트로이 발굴 역사상 첫 터키인 단장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매료된 고대 그리스와 유럽의 역사학자와 여행자들은 트로이의 실체를 찾는 데 매달렸다.

이미 기원전부터 아나톨리아 서쪽 차나칼레 해안에 트로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2천년 이상 실증적인 근거가 나타나지 않았다.

17세기 초반, 트로이 유적을 찾으려는 과학적인 접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784년에 프랑스 지형학자 장밥티스트 르슈발리에는 트로이를 찾았다고 처음으로 발표했다. 르슈발리에는 현재 트로이 유적지로부터 남동쪽으로 15㎞ 떨어진 지점에 트로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트로이 유적은 전문 고고학자가 아니라 자수성가한 독일 사업가 하인리히 슐리만(1822∼90)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슐리만이 '프리아모스 왕의 보물'이라고 파낸 유물은 '트로이 2기'(B.C. 2550∼2250년) 도시의 것으로, 학자들이 트로이 왕국 시기로 추정하는 '트로이 7a기'(B.C. 1300∼1180년)보다 1천년 이상 앞선다. 그가 저층부에서 보물을 파내느라 정작 트로이 왕국 시대로 추정되는 7a기 유적층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지난 400년간 추적에도 현재 트로이 유적, 즉 히사를르크테페가 호메로스 서사시의 트로이(일론)이라는 것을 확증하는 반박불가능한 근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목마의 존재는커녕 트로이 전쟁이 실재했었는지조차 확실치 않다. 7a층에서 재난과 대량 인명피해 흔적이 발견되지만 이것이 대규모 전쟁이었는지 아니면 자연재난이었는지 불분명하다고 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기록의 부재 탓이기도 하다. 의아하게도 트로이 유적에서는 8기 이전에 만들어진 기록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아나톨리아에서 설형문자가 널리 쓰인 걸 고려하면 더욱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곳을 트로이로 추정할 수 있는 당대의 기록은 동쪽 히타이트왕국의 수도 하투샤(현재 터키 중부 보아즈쾨이)에서 나왔다. 하투샤에서 출토된 설형문자 점토판에는 아나톨리아 서쪽에 '타르위사'와 '일루사'가 있으며, 히타이트 왕이 에게해의 적 '아히야스'에 공동 대응하려고 일루사와 조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히타이트어로 타르위사와 일루사는 호메로스 서사시의 트로이 또는 일론을 가리킨다.






아슬란 교수는 "트로이 왕국으로 추정되는 시기의 기록 유물은 어떤 이유에선지 거의 출토되지 않았다"면서 "이를 찾아내는 것도 앞으로 발굴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연구진의 발굴 참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지난해 한국 연구진과 학생들이 트로이 발굴 현장을 경험할 계획이었으나 터키 정정 불안정을 이유로 "아쉽게도" 취소됐다고 했다.

아슬란 교수는 "그는 트로이에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과 풀어야 할 미스테리가 많다"면서 트로이 발굴에 한국 학계와 협력하기를 희망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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