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배경에 국정원 문건 영향력 인정…2심 판단은

입력 2017-07-31 17:21   수정 2017-07-31 20:27

'블랙리스트' 배경에 국정원 문건 영향력 인정…2심 판단은

1심 "김기춘,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 교문수석에 전달" 인정

金 "국정원 문건 전달하며 지시하지 않았다" 반박하며 항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권 인사들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가동한 배경에 국가정보원의 문건이 영향을 줬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이 1심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과 진실 공방을 벌이며 '국정원 문건을 근거로 지원을 배제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김 전 실장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가운데 상급심에서도 국정원 문건의 존재와 사용 경위가 인정될지 주목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김 전 실장 등의 판결에서 "김 전 실장이 국정원 작성 문건을 모철민 당시 청와대 교문수석에게 전달하며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점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실체를 인정한 국정원 문건은 예술위원회가 선정한 2014년 상반기 문예진흥기금 지원 대상에 좌파 단체·인물 또는 이념 편향성 작품으로 물의를 빚은 단체가 포함됐다며 이를 '폐단'이라고 지적한다.

문건은 '폐단'의 원인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가 선정을 맡은 데다, 심의위원도 대중적 인기·지명도를 우선 고려하는 관행에 따라 좌 성향 인물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문건은 또 '심의위가 1.2배수로 추천하면 이사회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공모심사 체계를 전환해 이사회가 작품을 최종 선정하도록 개선하고, 심사위원을 임명할 때 이념편향 여부를 철저하게 검증해 건전 예술인사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재판부는 이 문건이 모 전 수석을 거쳐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전달됐고, 유 전 장관이 '대책 방안'을 마련해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예술위가 국정원 문건 속 문화예술인·단체를 지원 대상으로 정한 경위와 심의 기준을 문체부 사무관들이 분석해 청와대 교문수석실에 보고했다고 인정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국정원이 작성한 정보보고 문건이 거의 매일 비서실장 및 해당 분야 수석비서관에게 전달됐다"고 인정했다. 또 "문체부는 청와대를 통해 문예기금 지원신청자 목록을 검토받는 것과 별도로 국정원에도 지원신청자 목록을 보내 지원이 적정한지 따로 검토받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내리는 등 관련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근거가 됐다.

다만 김 전 실장 측은 이 부분을 부인해 상급심에서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실장은 "국정원 문건을 전달하며 (특정 예술인·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반면 모 전 수석은 '김 전 실장이 국정원 문건을 주면서 심의위원을 보수성향 인사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모 전 수석의 증언을 비롯한 증거들을 종합해 국정원 문건이 실제 청와대와 문체부에서 사용됐다고 판단했지만, 김 전 실장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28일 항소한 상태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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