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인가 만화인가…손동현의 재기발랄한 수묵 인물화

입력 2017-08-01 07:00  

산수화인가 만화인가…손동현의 재기발랄한 수묵 인물화

송은아트스페이스서 9월 2일까지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한지에 그린 마이클 잭슨, 전통 문자도로 풀어낸 나이키 로고 등 동양화와 서구적인 대중문화 아이콘을 결합한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작가 손동현(37)이 새 작업을 선보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개인전 '재스민 드래곤 피닉스 펄'을 통해서다.

전시장을 채운 2m 높이의 작품 40여점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놀라게 된다.

괴수 만화나 판타지 만화의 한 컷처럼 보이는 흑백 그림들이 힘차면서도 세밀한 붓질로 그려낸 수묵 인물화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동양화의 다양한 기법과 매체, 재료, 소재, 사조들을 활용해 각 인물을 고유한 무공을 지닌 '협객'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블랙 마운틴' 주인공은 머리는 물소, 몸통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우람한 팔뚝이나 허벅지는 중국화의 대가 리커란(李可染·1907~1989)이 산수를 그리던 방법을 본뜬 것이다. 물소 또한 리커란이 즐겨 그리던 소재다.

왼편의 '와일드 쉬림프'는 리커란의 스승이자 중국 근·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새우를 표현한 작품이다.

3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특정 인물의 초상이 아니라, 동아시아 회화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매체와 기법, 소재를 인물화라는 틀 안에서 실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작업의 출발점이 된 '잉키 잉크'는 먹의 재료적인 특성만 주목해서 그린 작품이다. 인주로 그려낸 유일한 채색화인 '풀 스탑'은 전시 마무리를 뜻하는 일종의 거대한 낙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밖에도 먹을 깨뜨려 농담을 조절하는 파묵법, 일획에서 시작해 일획으로 끝난다는 일획론 등과 연결지은 인물화들이 자리해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송은아트스페이스 2층부터 4층까지 자리한 전시장이 하나의 거대한 동양화 실험장인 셈이다.

그는 "완전히 수묵만으로 작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작업 과정이 매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채색화는 계속 색깔을 겹쳐 그리다 보니 차분하게 진행해야 하거든요. 수묵화 효과라고 하면 먹물의 번짐이나 퍼짐 같은 것이다 보니, 즉흥적으로 바로바로 손을 놀려야 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이번 작업은 속도감도 더 있었고요."

서양화가인 어머니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무엇인가를 곧잘 그렸지만, 손동현 작가가 미대 진학을 마음 먹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동양화 전공을 택한 것도 의외의 선택이었다.

그는 "당시 미대 졸업생들이 모두 유학을 다녀오기에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을 일단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양화 전공만 하고) 유학은 안 갔다"면서 웃었다.

작가는 동양화 기법과 대중문화를 접목한 작품들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9월 2일까지. 문의 ☎ 02-3448-0100.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