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태풍] ① '태풍의 길목' 제주…비·바람 피해 '직격탄'

입력 2017-08-03 06:30   수정 2017-08-03 06:36

[예측불허 태풍] ① '태풍의 길목' 제주…비·바람 피해 '직격탄'

초속 60m 강풍·하루 1천182㎜ 폭우…72t 테트라포드 2,300개 유실도

70년 이후 피해 준 태풍만 64개 달해…방재시스템 '뒷북' 비판 비등

[※ 편집자 주 = 예측하기 어려운 진로를 보이던 태풍 '노루'가 한반도로 방향을 틀어 이번 주말께 제주도를 중심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보가 나왔습니다. 제주도는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태풍을 가장 먼저 마주합니다. 연례행사처럼 크고 작은 태풍을 맞으며 대비태세를 강화해 나가고 있지만, 매번 피해는 되풀이됩니다. 제주에서 발생한 태풍 피해 사례를 살펴보고 향후 슈퍼태풍 내습 가능성 진단을 통해 재난 대비태세를 재점검하고자 합니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전지혜 기자 = 2002년 8월 말 태풍 '루사'가 제주를 강타한 직후 국회의원들이 피해 지역 지원차 제주를 찾았을 당시, 우근민 제주지사는 "한라산이 태풍 방호 역할을 해 육지부 서남해안 피해를 경감시켰다"며 응분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지만, 실제 태풍이 제주도를 거친 뒤 세력이 급격히 약화하거나 진로를 트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도민들은 '태풍 방패막이론'을 정설처럼 여기고 있다.

그만큼 태풍의 위력이 강할 때 제주에 가장 먼저 상륙하기 때문에 거센 비바람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제주도가 돌·바람·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이유를 짚어볼 수도 있다.

올해도 제5호 태풍 노루가 진로를 틀어 결국 제주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보되면서 최근 동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폭우 피해가 발생했던 제주도에 태풍 피해까지 겹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초속 60m 강풍, 한라산에 하루 1천182㎜ 폭우 기록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태풍이 우리나라에 몰고 온 가장 강력한 바람은 2003년 9월 12일 태풍 '매미' 때 관측됐다.

당시 제주 지점에서는 최대순간풍속 초속 60m가 기록됐다. 시속으로 계산하면 216㎞에 달하는 엄청난 강풍이다.

태풍 '루사'가 내습했던 2002년 8월 31일에는 제주도 서쪽 끝 고산에서 최대순간풍속 초속 56.7m가 관측됐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10월에 찾아온 태풍 '차바' 때도 고산에서 초속 56.5m의 최대순간풍속이 기록됐다.

1937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태풍 통과 때 하루 최대순간풍속 순위'를 보면 1위(매미·제주·60m/s), 3위(루사·고산·56.7m/s), 4위(차바·고산·56.5m/s), 10위(사라·제주·46.9m/s) 등 10위권에 제주 기록이 수두룩하다.





비도 엄청나게 내린다.

'나리'가 내습한 2007년 9월 16일 제주에서는 일일강수량 역대 1위 기록인 하루 420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2014년에는 태풍 '나크리' 영향으로 8월 2일 하루 한라산 윗세오름(해발 1천700m)에 1천182㎜의 비가 내렸다. 이는 한라산 고지대에 무인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2002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이듬해(2015년)에는 태풍 '찬홈' 영향으로 7월 11일부터 13일 오전 6시까지 윗세오름에 1천432.5㎜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 1970년 이후 태풍 64개 영향…최악의 피해는 '나리'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지난해까지 64개의 태풍이 제주에 영향을 미쳐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인명피해는 사망 52명, 실종 28명, 부상 69명 등 총 149명에 달한다. 재산피해도 행정당국에 집계된 것만 총 3천950억원을 넘어선다.

이보다 앞서 1959년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남긴 태풍 '사라' 당시 제주에서도 118명(사망 11·부상 10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재산피해도 25억여원에 달했다.

역대 제주에 가장 큰 피해를 남긴 태풍으로는 2007년 나리가 꼽힌다.

물 빠짐이 좋은 지질 구조상 홍수 걱정이 적었던 제주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한 물난리가 나 13명이 목숨을 잃고, 1천억원대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불과 2∼3시간 사이에 한라산 정상부터 제주시 해안 저지대까지 시간당 100㎜ 안팎의 '물폭탄'이 퍼부으며 제주시가지를 지나는 산지천, 병문천, 한천, 독사천 등 모든 하천이 범람했다.







2012년에는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잇따라 내습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볼라벤 내습 당시 서귀포시 화순항 앞 해상에 정박했던 중국어선 2척이 좌초돼 선원 33명 중 15명이 숨졌다. 서귀포항 방파제 테트라포드(TTP) 유실로 282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재산피해액도 572억2천여만원에 달했다.

2002년에는 태풍 루사 내습으로 511억5천여만원의 재산피해가 집계됐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태풍 매미가 제주를 휩쓸어 2명이 숨지고 481억5천만원의 재산피해도 발생하는 등 큰 생채기를 남겼다.







◇ 방재시스템 매번 '뒷북'…"태풍이 준 교훈 제대로 못살려" 지적

해마다 태풍 피해에 노출된 제주는 재난방어시스템을 꾸준히 정비해왔음에도 여전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5일 태풍 '차바'가 제주를 관통하며 강한 바람과 함께 엄청난 비를 퍼붓자 제주시가지를 흐르는 하천이 범람했다.

한천 하류인 제주시 용담동 한천교 일대에 물이 넘치고 역류하면서 복개지(도시 과밀화에 따른 주차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하천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로 덮어놓은 곳)에 세워둔 차들이 휩쓸려 수십대가 파손되는 등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2007년 똑같은 하천 범람으로 13명의 인명피해와 1천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남긴 태풍 나리의 교훈을 망각한 인재(人災)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제주 시가지를 관통하는 한천·산지천·독사천·병문천 등 4대 주요하천에 12개의 저류지를 조성했음에도 하천이 범람하는 피해를 막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홍수 방어대책으로 설치된 저류지가 설계·구조적인 문제로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정이 저류지와 복개구간 등 하천시설물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파악해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는 지난 3월에야 20억원을 들여 '하천시설물 등 정밀점검용역'을 제주대학교 등에 의뢰했으며, 관련 결과는 내년 9월에야 나올 전망이다.

ato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