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무기…분자 같은 남자" 여성 정상의 '퍼스트젠틀맨' 면면

입력 2017-08-02 07:00  

"비밀 무기…분자 같은 남자" 여성 정상의 '퍼스트젠틀맨' 면면

금융회사 중역 메이 영 총리 남편, "조용한 외조…비즈니스 정보 전달"

대학교수 화학자 메르켈 총리 남편, "분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모델 출신의 멜라니아나 남편보다 25세 연상의 브리짓.

이들 이름을 들으면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으로 당대의 퍼스트레이디라는 걸 금세 알아차리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투자은행 임원인 필립과 대학교수이자 화학자인 요아힘 자우어를 이름만 듣고 누군지 대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립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남편, 요하힘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남편이다.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은 퍼스트레이디들에 비해 공식 석상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는 퍼스트젠틀맨들이지만 각자 자기 영역에서 커리어를 추구하면서 산적한 난제들에 매달리는 여성 정상들을 표나지 않게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금 울었다." 메이 영국 총리(60)는 지난 7월 방송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6월에 실시된 총선거에서 자신이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 사실상 참패한 사실이 화제에 오르자 한 말이다. 출구조사결과를 전해준 사람은 남편 필립(59)이었다. 필립은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메이 총리를 "껴안아 줬다"고 한다.

필립이 퍼스트젠틀맨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필요할 때 메이 총리와 함께 등장해 아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경우는 있다. 총선거 전인 5월에는 메이 총리와 함께 TV에 출연, 학생 시절의 연애담과 가사분담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과반의석을 잃은 총선 직후 메이 총리가 연설할 때는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아내의 연설을 지켜봤다.

금융가인 런던시티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필립은 "메이 총리의 '비밀무기'(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다.

비즈니스 관련 정보를 수집해 극히 한정된 사람밖에 믿지 않는 메이 총리에게 전달한다. 유럽연합(EU) 이탈협상과 테러대책 등 정신없이 바쁜 메이 총리를 지식, 정신면에서 지원하는 인물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63)의 남편 요아힘(68)은 화학자라는 직업에 빗대 "보이지 않는 분자(分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조롱을 받기도 한다.

2005년 메르켈의 독일의 첫 여성 총리 취임식 때 요아힘은 현장에 가지 않고 직장인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TV로 취임식을 지켜봤다. 부부가 이탈리아로 휴가를 갔을 때는 요아힘 한 사람만 정부 전용기를 타지 않고 저가항공(LCC)을 이용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공식 행사에 나오는 일이 적고 발언도 거의 하지 않는다. 메르켈 총리도 "가끔 요아힘이 같이 있다는 걸 잊어버린 듯 행동한다"(로이터 통신). 2011년 미국 백악관에 초청받았을 때 리무진에서 내린 메르켈이 혼자 앞서 가는 바람에 나중에 내린 남편이 허둥지둥 쫓아가는 장면도 있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그런 요아힘이 드물게 웃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2016년 일본 미에(三重) 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이세시마(伊勢志摩) 정상회의 때다. 메르켈 총리와 함께 방일한 요아힘은 당시 다른 나라 퍼스트레이디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환대를 받았다.





퍼스트젠틀맨은 아직 그리 많지 않고 가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이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44)는 '게이(남성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5년 결혼한 벨기에인 건축가 고티에 데스테네이가 퍼스트젠틀맨이다. 고티에가 지난 5월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동행해 배우자들의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등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벡악관은 이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으나 처음 사진설명에는 그의 이름이 들어있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가 성 소수자 차별 성향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일부 미디어가 "백악관이 고티에를 묵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의도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도 후 홈페이지 사진설명에 고티에의 이름도 뒤늦게 들어갔다.

앞으로도 세계 각국에서 정상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여성 정치인이 몇 명 더 있다. 오쓰마(大妻)여자대학의 다나카 도코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퍼스트젠틀맨을 종래의 전업주부형 퍼스트레이디의 연장으로 볼 게 아니라 '정상의 배우자'의 존재 자체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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