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부동산대책] '웃돈만 5억원' 세종시…초강수 대책 불렀다

입력 2017-08-02 14:40   수정 2017-08-02 14:57

[8·2부동산대책] '웃돈만 5억원' 세종시…초강수 대책 불렀다

6·19 대책 약발 안 먹혔다…수도권 '큰손'까지 몰려

전문가들 "투기세력은 세종시 취지에도 어긋나…급매물 나올 것"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2일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것은 그만큼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세종시는 지난해 11·3 대책에 의해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이후 분양한 아파트도 경쟁률이 수백대 1을 거뜬히 넘는 등 각종 규제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탄핵, 대통령 선거, 행정수도 완성 이슈 등이 개발 호재로 작용하면서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집값을 웃도는 등 과열 조짐을 보였다.

이번에 '매머드급' 대책이 시행된 배경에는 투기세력이 세종시 아파트값을 비정상적으로 올렸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청약 자격이 대폭 강화되고 대출이 제한되는 만큼 세종시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 웃돈만 5억원…부동산 이상 과열

지난 5월 세종시에 역대 최고가 아파트가 등장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도담동 한림풀에버 아파트 전용면적 148㎡(펜트하우스) 27층 아파트가 세종시에서 가장 비싼 12억원에 거래됐다.

2012년 11월 당시 분양가격은 7억6천만원이었다. 4년 6개월 사이 57.9%(4억4천만원)나 뛴 것이다.

그 이후 수도권에서나 볼 수 있는 10억원을 넘는 매물이 속속 나왔다.

지난달 초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테라스 1층 110㎡ 아파트가 10억5천만원에 거래됐고, 보람동 호려울마을 10단지 24층 169㎡ 아파트가 10억6천500만원(6월)에 팔렸다.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전용면적 110㎡ 아파트 1층(테라스)의 경우 2011년 10월 분양 당시 가격 5억5천만원에서 프리미엄(웃돈) 5억원이 붙어 거래됐다.

세종시 청약시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미분양 '제로'를 기록하고 있으며, 주택 가격 상승률도 연일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신기록을 쓰고 있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월간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 지난달 세종시 주택 가격 상승률이 0.6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0.41%), 부산(0.29%), 경기(0.24%)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5월과 6월에도 각각 0.61%, 1.67% 올라 전국에서 오름폭이 가장 컸다.

특히 정부청사 인근 도담·어진동과 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소담·보람동 등 일부 아파트 단지는 한 달에 3천만∼4천만원씩 뛰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도담동 도램마을 14단지 전용면적 112㎡(23층)가 실거래가 기준 지난달 마지막 주 8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6억4천만원(9층)에서 4개월 만에 1억6천만원이나 올랐다.

소담동 새샘마을 9단지 전용면적 84㎡(26층)는 지난달 마지막 주 5억4천8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1월 3억6천400만원(5층)에 거래되던 것이 매달 3천만원 오르면서 6개월 만에 1억8천만원 넘게 뛰었다.

중심상권인 새롬동, 세종시청과 터미널 인근 소담동 등은 전용면적 59㎡의 소형 아파트 프리미엄이 1억5천만∼2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소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초 새샘마을 9단지 전용면적 98㎡ 아파트가 7억5천만원에 거래됐다"며 "3생활권의 금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 프리미엄이 3억원 넘게 붙었다"고 전했다.



◇ 행정수도 이전 호재에 투기꾼들 몰려

11·3 대책에 이어 정부의 대대적인 합동 단속에도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는 것은 실수요보다는 투기수요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회 분원 설치와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큰손'들이 세종시로 몰렸다는 것이다.


도담동 도램마을 1단지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경우 6·19 대책 바로 전인 지난 6월 2일부터 사흘간 한꺼번에 8채나 팔렸다.

공인중개사 박모씨는 "지난 6월 서울에서 투자자들이 몰려와 세종시 아파트를 싹쓸이하면서 매매가가 갑자기 수천만원씩 올랐다"며 "주로 세종청사 주변이나 금강 조망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이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간 3억6천500만원에 형성됐지만, 이 기간 3억8천700만원(19층)까지 거래됐고 지난달 초 한 달 만에 5천600만원 오른 4억4천300만원(19층)에 매매됐다.

당초에는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으로 세종시가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과 대선, 중앙부처 추가 이전 발표 등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규제에도 끄떡없는 '무풍지대'로 남았다.

오히려 지난 6·19 대책으로 서울 강남지역 고가 아파트 투자자들이 세종시로 눈을 돌리면서 '풍선효과'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공무원까지 가세해 특별공급을 통해 받은 아파트 분양권을 비싼 값에 되팔아 웃돈을 챙긴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더 강력한 대책 필요성이 제기됐다.



◇ '매머드급' 대책…부동산 거품 없애나

정부는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과열 분위기를 보일 때마다 조금씩 부동산 대책을 손봐왔지만 예상했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세종시는 지난해 정부의 '11·3 대책'에 의해 청약조정대상지역에 포함돼 청약 1순위 자격이 강화되고 전매제한 기간도 늘어났지만, 아파트 청약시장은 여전히 수백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는 청약조정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는 등 대출규제 조치를 골자로 하는 '6·19 대책'이 시행됐다.

하지만 5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다 보니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이 5억원 이하인 세종시로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8·2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고 양도소득세도 절반으로 대폭 상향되는 만큼 투기수요를 잠재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센터장은 정부의 이번 방침에 대해 "세종시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만큼, 정부가 특별 관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안 센터장은 이어 "이번 대책으로 대출을 아예 못 받게 되거나 전매가 제한됨에 따라 여러 채의 주택을 갖고 있으면서도 팔지 않았던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급히 처분하거나 임대사업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성권 부동산 114 연구원은 "세종시는 그동안 많은 공급 물량에도 각종 호재로 매매가는 상승하고 전세가는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였다"며 "이는 실수요로 볼 수 없는 전형적인 투기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은 그동안 세종에서 여러 채의 주택을 갖고 프리미엄 장사를 해온 투기세력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장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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