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시스템 제공업체 "최소 100만표 차"…野 "검찰 조사해야"
(런던·멕시코시티=연합뉴스) 황정우 국기헌 특파원 = 지난달 30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이 조작됐다고 투표시스템을 제공한 회사가 주장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런 의혹에도 아랑곳없이 제헌의회 취임식을 강행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 국가선거관리위원회는 808만9천320명이 투표해 41.53%의 "놀라운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투표자가 200만∼300만 명에 그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두 배 이상 뛰어넘은 결과다.
하지만 투표시스템을 제공한 현지 업체 스마트매틱(Smartmatic) 안토니오 무지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실제 투표수와 적어도 100만 표가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고 BBC는 보도했다.
무지차 CEO는 "투표수가 조작됐다고 보고해야 하는 게 우리로선 지대한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측이 실제 투표수를 집계했지만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기 이전에 전면적인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회 다수당인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런 발표를 즉각 환영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훌리오 보르헤스 국회의장은 "스마트매틱이 제기한 투표율 조작 증언은 야권 지도자들과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의심해온 점을 완전하게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르헤스 의장은 검찰총장에게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의 잠재적 범죄를 조사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야권은 투표율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며 최소한 하나의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가 발표한 투표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해왔다.
제헌의회 투표율은 여야가 치열한 정국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41.53%의 투표율은 2013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우파 야권이 지난달 제헌의회 선거를 앞두고 자체적으로 실시한 찬반 투표에서 700만여 명이 참여해 압도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투표율 조작 의혹에도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콘서트장에서 제헌의원 545명의 취임식을 거행할 계획이다. 마두로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 등을 비롯한 사회주의당 인사들이 제헌의원에 다수 당선됐다.
제헌의회는 3일 의회에서 활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야권은 같은 날 제헌의원들의 의회 진입을 막는 등 제헌의회 출범을 저지하기 위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번 제헌의회 선거는 마두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헌을 목적으로 실시했다.
선거 당일 선거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렬히 벌어져 군인과 야권 간부 등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야당은 개헌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닌 제헌의회가 야권이 장악한 의회는 물론 언론과 표현의 자유 등을 무력화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권력을 한층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으로 우려, 제헌의회 선거에 불참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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