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노루', 가뭄·폭염 해소하는 효자태풍 될까

입력 2017-08-03 16:46  

태풍 '노루', 가뭄·폭염 해소하는 효자태풍 될까

장맛비 44년 만에 최저, 기록적인 폭염…"피해 없이 순기능만 하길" 기대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여름 들어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도에서는 북상하는 태풍 '노루'가 피해 없이 순기능만 하는 '효자 태풍'이 돼 주길 기대하고 있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몰고 와 엄청난 피해를 남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해갈을 돕고 더위도 식혀주며, 해수를 뒤섞어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한다.





3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장마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영향을 주는 동안 제주도에는 비 소식은 드물고, 대신 밤낮없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올해 장마 기간(33일·6월 24일∼7월 26일) 제주도(제주·서귀포의 평균값)의 강수량은 평년(398.6㎜)의 23%인 90.2㎜로, 1973년(30.9㎜)에 이어 4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장맛비가 적어서 7월 강수량도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 물폭탄이 쏟아진 남·동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저조했다.

특히 비가 적게 내린 제주도 서부는 고산 23.1㎜, 한림 25㎜, 대정 17㎜, 마라도 4㎜, 가파도 11㎜ 등 평년의 2∼13%, 작년의 2∼20% 수준밖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북부도 제주 35.2㎜, 유수암 21㎜, 선흘 128.5㎜, 추자도 76㎜ 등 평년의 10∼35%밖에 되지 않았다. 남부도 지난달 강수량이 평년의 10∼25% 수준인 서귀포 51.8㎜, 회수 68.5㎜, 중문 61㎜, 서광 23.5㎜에 그쳤고 동부도 우도 92.5㎜(평년의 40%), 구좌 98.5㎜(평년의 35%) 등으로 적었다.

대표적인 다우지인 한라산에도 비가 적게 내렸다. 지점별 강수량은 윗세오름 199㎜, 진달래밭 257㎜, 성판악 282.5㎜, 어리목 111.5㎜ 등으로 평년의 23∼43% 수준에 그쳤다. 백록담도 물이 거의 다 빠져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무더위도 연일 기승을 부려 제주를 달구고 있다.

제주(북부·제주지방기상청)의 지난달 평균기온은 29.2도로, 192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전국적으로 살인적인 폭염이 나타난 1994년(28.4도), 제주도 전역에서 무더위와 가뭄이 기승을 부린 2013년(28.7도)보다도 훨씬 무더웠다.

서귀포(남부)의 지난달 평균기온도 1994년(28.6도)에 이어 2번째로 높은 27.5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제주도(제주·서귀포 2개 지점 평균값)의 평균기온은 평년(25.7도)보다 2.7도 높은 28.4도로, 1994년(28.5도)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

제주에서는 지난달 21일 기온이 37도까지 올라 7월 기온으로는 관측 이래 2번째로 높았고, 지난달 25일에는 서귀포의 기온이 7월 기온으로는 역대 가장 높은 35.8도까지 치솟는 등 기록 경신이 속출했다.

폭염(낮 최고 33도 이상)일수도 평년(1.8일)의 4배에 달하는 7.5일(제주 14일·서귀포 1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더위는 밤이 돼도 식지 않았다.

지난달 제주도의 열대야(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 일수가 25.5일(평년 10.4일)로 1961년 이후 2번째로 많았다.

지난달 제주도의 평균 최저기온은 26.1도로 역대 가장 높았고, 지난달 24일에는 제주 지점의 최저기온이 29.4도로 관측 이래 7월 기록으로는 가장 높았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제주에서는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도내 주요 취수원의 취수량이 급감해 급수난이 우려되자 제주시 애월·한림읍 일부 산간마을에서는 오는 7일부터 격일제 급수가 시행될 예정이다.

가뭄으로 인한 농가 피해가 우려되고, 고수온에 양식장에서 어류 폐사가 속출하는 등 무더위와 가뭄으로 인한 각종 피해가 나타나는 가운데 태풍 '노루'가 북상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제주에서는 태풍이 피해 없이 적당히 비를 뿌리고 더위를 식혀주는 '효자 태풍'이 돼 주길 기대하고 있다.

태풍이 몰고 온 강한 비바람에 큰 생채기가 남기도 하지만 수자원 확보, 대기질 개선, 적조 발생 억제 등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태풍이 북상해 우리나라의 더위와 가뭄을 해소해준 사례가 몇 차례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기승을 부린 1994년 여름 잇따라 찾아온 태풍 '월트', '브랜던' '더그' 등이 효자 태풍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폭풍을 동반하지 않고 찾아온 월트는 타들어 가던 남부지방에 단비를 뿌리고 소멸했고, 더그도 큰 피해 없이 우리나라 남부의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을 어느 정도 해갈할 수 있도록 해줬다. 브랜던도 갖가지 피해를 남긴 반면 많은 비를 뿌려 해갈에 도움이 됐고 더위도 잠시나마 잠재워줬다.

2004년 8월 태풍 '메기'도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많은 피해를 남겼지만 가물고 무더웠던 제주에 많은 비를 뿌려 가뭄을 해소하고, 연안의 바닷물을 휘저어 마을어장을 위협하던 저염분수를 사라지게 하는 등 효자 노릇도 했다는 평가다.

최근 사례를 봐도 태풍 영향으로 어승생 1·2저수지와 주요 취수원인 삼양, 외도, 이호, 강정수원지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한라산 윗세오름에 많은 비를 뿌린 경우가 있다.

2015년 7월 11일부터 13일 오전 6시까지 태풍 '찬홈' 영향으로 한라산 윗세오름에 1천432.5㎜의 많은 비가 내렸고, 이보다 앞서 2014년에는 태풍 '나크리' 영향으로 윗세오름에 8월 1∼3일 1천480㎜(2일 하루 1천182㎜)가 쏟아져 백록담을 가득 채웠다.

지금 북상하는 노루도 피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반면 제주도에 많은 비를 뿌려 7일에 예고된 격일제 급수도 취소되고 가뭄이나 고수온에 따른 농수산업계의 시름도 덜어줄 수 있을지 기대도 모아지고 있다.

태풍 '노루'는 3일 오후 3시 현재 중심기압 950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43m의 강한 소형 태풍으로 일본 오키나와 동북동쪽 650㎞ 해상에서 시속 17㎞ 속도로 서북서진하고 있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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