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개표 속 경찰-시위대 곳곳 충돌로 1명 사망
오딩가 후보 "해커가 선거 데이터베이스 침투…집계 조작" 반발
(나이로비·카이로=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한상용 특파원 =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케냐 대선에서 우후루 케냐타(56) 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 후보인 라일라 오딩가(72)가 잠정 집계는 '가짜'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그의 지지자들이 항의 시위에 나서면서 유혈충돌도 벌어졌다.
전국적으로 개표가 90% 이상 진행된 9일 오전 10시 현재 케냐타 대통령은 762만 표(54.5%)를 얻어 624만 표(44.6%)에 그친 오딩가 후보를 140만 표차로 앞서고 있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케냐타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 매우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오딩가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결과는 가짜다. 조작된 것이다. 신뢰할 수 없다"라며 개표부정 방지를 위해 투표마감 즉시 온라인 전송된 결과를 부인했다.
오딩가 후보는 "해커가 선거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해 오류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IEBC)가 각 투표소에서 상세한 기표내용을 기록한 서류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기계가 투표했다. 결과는 틀린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오딩가 후보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자 야권 성향의 도시에 있는 그의 지지자들은 길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케냐 남부 키시 카운티에서는 경찰과 개표 결과에 반발하는 시위대 간 충돌 과정에서 1명이 총탄에 맞고 숨졌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서부 키수무 지역에서도 시위대 수백명이 폭동 진압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며 맞섰다.
케냐 내무장관 대행은 폭력 사태의 확산을 우려해 소셜미디어 등에 허위 정보를 올리며 선동을 하는 이들을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야당연합 후보로 네 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오딩가는 2007년과 2013년 대선에서도 표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해 왔다.
2007년에는 대선이 끝나고서 종족분쟁 양상의 유혈사태가 발생해 두 달간 최소 1천 100명이 숨지고 60여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어 2013년 대선에서는 오딩가가 케냐타에 패하고서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조용히 법원판결을 받아들였다.
오딩가는 이번 유세 기간에 여당이 이번에도 부정을 저지르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달 초에는 유권자 등록 전산장비의 암호를 아는 선관위 고위간부인 크리스 음산도가 수도 나이로비 외곽에서 고문당한 시신으로 발견돼 긴장이 고조됐다.
오딩가는 선관위에 공식 집계 중단을 요청하고서 "이런 이유로 크리스 음산도가 암살당했다는 데 추호의 의심도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나이로비 시내는 차량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고 적막이 감도는 가운데 IEBC는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분한 모습으로 기다려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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