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부스 통째 흔들렸다"…악몽같은 中구채구 지진탈출 20시간

입력 2017-08-10 11:20   수정 2017-08-10 11:39

"샤워부스 통째 흔들렸다"…악몽같은 中구채구 지진탈출 20시간

"호텔 천장 마감재 떨어지고 벽 금가고 수도관 터지고 공포였다"

침대보로 밤새 추위 견디고 낙석 헤치고 20시간만에 안전지대 도착




(청두<중국 쓰촨성>=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샤워부스가 아예 통째로 흔들리는 데 생전 느껴본 적 없는 공포였다. 돌아오는 길에 차만 흔들려도 당시 상황이 생각나 떨렸다."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9시께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한 중국 쓰촨(四川) 성 아바(阿패<土+覇>) 주 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현에서 천신만고 끝에 빠져나온 한국 관광객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여전히 공황 상태인듯 했다.

주자이거우에 있던 한국인 관광객 109명은 여행사의 버스와 렌터카, 그리고 중국 당국이 마련한 교통편 등을 이용해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순차적으로 청두에 도착했다.

청두의 안전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관광객들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으나, 불안감은 여전해보였다.

진원지에서 80㎞ 정도 떨어진 주자이거우 쉐라톤 호텔에 있다가 청두로 이동해온 한국 관광객 20여명은 지진 발생 당시의 상황을 "공포였다"고 설명했다. 딸과 함께 여행 온 관광객 김모(50·여)씨는 10일 연합뉴스에 "지진이 났을 때 샤워실에 있었는데 샤워부스가 완전히 흔들릴 정도로 큰 진동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 호텔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고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관광객은 호텔 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지진의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면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계단을 통해 로비로 향하는데 벽 마감재가 다 떨어져 내렸고, 수도관이 터졌는지 천정에서 물이 계속 떨어졌다. 건물 벽이 가로로 금이 크게 갈 정도로 큰 충격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벽면과 천장에서 떨어진 잔해로 다친 사람들도 속출했다. 또 지진과 함께 호텔 전체가 정전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관광객 박모(42)씨는 "호텔 천장에 있던 장식물과 마감재가 투숙객들 위로 떨어지면서 다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며 "한 중국인은 머리에 피를 흘려 붕대를 감고 있었고, 찰과상을 입은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광객은 "갑자기 정전되니까 방향을 잡기도 어렵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큰 건물 전체가 흔들리니까 사람들이 넘어지기도 하고 다들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진이 계속되면서 호텔 출입은 통제됐고, 가끔 '우두둑'하는 건물 틀어지는 소리와 사람들이 놀라 지르는 비명이 뒤섞이면서 불안감도 고조됐다.

관광객들은 호텔 야외 주차장과 공연장 등을 찾아 대피했지만, 바깥 기온이 떨어지면서 지진에 대한 공포와 추위로 인한 고통까지 더해졌다.

호텔에서 담요와 가운, 침대보 등을 제공해줬지만, 산지에서 나오는 한기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지진 발생 후 5시간이 지나고서야 주자이거우를 떠날 관광객들은 짐을 챙기기 위해 임시 개방된 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짐을 챙기는 것도 층마다 6∼10명씩 인원 제한을 둬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

한국 관광객들도 9일 오전 6시 떠날 채비를 마치고 날이 밝자마자 여행사 버스를 이용해 청두(成都)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 역시 순탄치 않았다. 전날 지진과 최근 쓰촨 지역에 이어진 폭우로 길 이곳저곳이 산사태로 막히거나 길에 장애물이 놓여져 있는 탓에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음식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관광객 황모씨는 "돌아오는 길에 낙석에 맞아 파손된 차량이 여럿 보였다"면서 "길에도 돌과 흙이 널려 있었고, 주자이거우에서 빠져나가려는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거의 전 구간이 정체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은 전날 밤부터 아무런 음식을 먹지 못한 채 12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지진 발생 후 20시간 만인 오후 7시께 청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청두에 도착한 뒤에도 몇몇 관광객들은 차량이 요철을 지나기만 해도 놀랄 정도로 안정을 찾지 못했고, 일부는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기도 했다.

청두 총영사관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빨리 한국으로 귀국하길 원하고 있어 항공사 측과 협의해 최대한 일찍 귀국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일단 내일까지 한국 관광객 109명 중 70여명이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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