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갤러리 월세만 3천만원…그래도 영화같은 삶에 재미느껴"

입력 2017-08-10 14:51   수정 2017-08-10 16:40

"뉴욕 갤러리 월세만 3천만원…그래도 영화같은 삶에 재미느껴"

美 맨해튼의 젊은 한국인 화랑주 신홍규씨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015년 11월 9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의 회화 '누워있는 나부'(Nu couche·1917)를 두고 열띤 경쟁이 벌어졌다.

모딜리아니의 최고 걸작은 1억7천40만 달러(약 1천972억 원·수수료 포함)를 부른 중국의 택시운전사 출신 억만장자, 류이첸·왕웨이 부부의 품에 안겼다.

이들 부부와 마지막까지 맞붙었던 인물이 한국인 신홍규(29) 씨다.

뉴욕 맨해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20대 젊은이라는 점은 한동안 그를 화제의 중심에 서게 했다. 천문학적인 호가를 제시할 수 있었던 '재력' 혹은 '배짱'의 원천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모딜리아니) 경매 이야기만 하고, 저와 제 작가들이 지난 3년 반 동안 이뤄낸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죠.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면서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어요. 하루하루 영화같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신홍규 신갤러리 대표를 10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2013년 1월 11일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에 40평 남짓한 첫 번째 전시공간을 열었던 신 대표는 다음 달 3번째 전시공간 개관을 앞두고 있다.

"겉보기에는 작품들이 벽면에 딱 걸려 있고 직원들은 앉아 있으니 무척 여유로워 보이잖아요? 하지만 실상은 아주 '쌩' 노가다에요. (웃음) 작가나 갤러리나 밤낮없이 작업과 준비에 매달려야 가능한 일이죠."





델라웨어대에서 미술품 복원과 미술사 등을 공부 중이던 신 대표가 갤러리를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우연히 뉴욕 첼시 화랑가를 방문했을 때였다.

"첼시 갤러리들을 구경했는데, 이름 없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너무 비싸게 팔리고 있더라고요. 제가 도전해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대미술에는 어두웠는데 막상 시작하니 굉장히 재미있더라고요."

신 대표는 현경, 이근민, 조 스펜스 등 미국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에 주력해왔다.

울산에서 나고 자라 16살에 미국으로 혼자 유학 오기 전부터 포켓몬 스티커부터 프라모델, 2차 세계대전 군용품 등을 닥치는대로 모았던 수집벽이 심미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하나에 꽂히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성격 덕분에 초등학생 때는 프라모델 대회에서도 우승, 세계적인 프라모델러를 꿈꾸는 어린이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각 40평 크기인 전시공간 3곳의 월세만 3천만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공공미술관도 아닌 상업화랑의 살림살이가 빠듯하지 않을까.

신 대표는 "페이하고 렌트하고 나면 (재정 상황이) 시작점이고, 다시 페이하고 렌트하면 또 시작점인 상황은 맞다"면서 웃었다.

그를 보면서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 정도 되니 가능한 삶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는 사업가인 양친 덕분에 유복하게 자랐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한 것은 맞는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갤러리 개관 비용도 부모 지원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30만 달러를 대출할 때 보증을 서달라고 부탁드린 것이 전부다. 그것도 1년 만에 작품을 팔아 다 갚았다"고 답했다.

"물론 (보증) 그마저도 특혜라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다고 생각하기에, 성장환경의 차이를 떠나서 제가 성취한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세금도 꼬박꼬박 다 낸다"면서 "제가 조금이라도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면, 짧은 시간에 갤러리나 작가가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테고 저도 외부 활동을 할 때 이만큼 당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 꿈은 나이 마흔에 경주에 미술관을 여는 것이다. "외국만 봐도 유명 작품 하나로 먹고 살잖아요? 제 컬렉션과 인맥을 다 끌어모아 아시아를 대표할만한 미술관을 짓고 싶습니다. 한국 미술의 위상도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요."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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