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르포> 공짜 바나나를 무한 공급하는 회사

입력 2017-08-13 15:30  

<아마존 르포> 공짜 바나나를 무한 공급하는 회사

식물원 건물 짓다가 '식품개발 연구단지'로 용도 변경

'아마존 고'에 가면 미래의 마트를 볼 수 있다





(시애틀=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시애틀 도심 한복판인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 지역에 있는 3동의 아마존 시애틀 캠퍼스.(IT 기업들은 여러 동의 회사건물을 대학의 캠퍼스에 종종 비유한다.)

40층 안팎의 타워 1과 타워 2 사이에는 무료로 바나나를 제공하는 스탠드가 두 곳이 있다.

2015년 말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가 아침을 굶고 오는 직원들의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존 직원뿐 아니라 이 곳을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짜 바나나를 얻을 수 있다.

바나나가 가장 불티나게 나가는 시간대는 출근 인파가 몰리는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

이 시간대가 되면 총총걸음의 아마존 직원들과 인근 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나나를 한두 개씩 챙겨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습이 흔한 일상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시애틀의 명소가 된 것이다.

바나나 스탠드에 근무하는 흑인 여직원에게 하루에 몇 개의 바나나를 제공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매일 차이가 있어서 하루 단위로 말하긴 어렵지만, 연간으로 치면 평균 170만 개가량이 소비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스탠드 앞에는 "하루 바나나 한 개는 병원 갈 일을 없게 만든다"는 네모난 표지판이 서 있다.

베저스의 한 직원은 "직원뿐 아니라 시애틀 이웃들에게 좋은 건강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이 바나나 스탠드의 목적"이라며 "처음엔 오렌지를 생각했다가 먹기 쉬운 바나나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무료 바나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인근 가게들은 바나나를 더는 팔 수가 없게 됐다. 조금만 걸으면 공짜로 먹을 수 있는 바나나가 있는데 누가 굳이 돈을 주고 사 먹으려 하겠는가.

또 식당들은 무료 바나나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이 버려 놓은 껍질 쓰레기 때문에 불만이 많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소정의 부작용'은 따르는 법이다.

2 빌딩 옆에는 요즘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인 '바이오 스피어스(Bio Spheres)'가 있다. 30m 높이의 거대한 원형 유리 세 개를 겹쳐 놓은 듯한 모양의 이 식물원에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수집한 멸종위기 식물을 포함해 모두 300여 종의 식물이 '각별한 보살핌' 속에 자라게 된다.


내년 완공을 앞둔 바이오 스피어스는 직원들이 신선한 식물원의 공기를 마시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애초에 설계됐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식품개발 연구단지라는 용도가 추가됐다고 한다.


다양한 식물군을 통해 미래의 먹거리 문화를 찾겠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체인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식품 소매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아마존의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바나나 스탠드고 그렇고, 바이오 스피어스도 그렇고 당초 소소한 이유에서 시작했으나 더 크고 원대한 방향으로 도중에 진화했다. 첫 구상이 무엇이었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이를 과감하게 변화시키는 아마존 특유의 빠른 결단력과 융통성을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 타워 1 빌딩의 1층에는 무인 식료품점인 '아마존 고'가 들어서 있다. 스마트폰으로 입구에서 체크인을 한 뒤 진열대에 놓인 물건을 집어 들면 그 순간 인공지능(AI) 센서가 아마존고 앱의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물건과 가격이 뜬다. 필요한 물건을 모두 골라 밖으로 나오면 앱에서 자동으로 계산이 된다. 쇼핑 도중 생각이 바뀌어 물건을 다시 원래 있던 곳에 놓으면 자동으로 구매 리스트에서 삭제된다.


미래 마트의 모습이다. 계산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결제하는 불편을 해소하자는 것이 아마존 고를 만든 이유라고 한다. 아마존 고와 같은 무인 마트가 보편화 되면 이제 '계산원'이라는 직업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일자리 손실이라는 비판적 입장과 AI 시대의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맞서고는 있지만, 고객 편의와 기업의 이익이 맞물려 있는 이 시스템은 머지않아 우리 주변에 보편화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지난해 말 직원들을 대상으로 문을 연 아마존 고는 당초 올해 5월부터 일반에도 개방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몇몇 기술적 문제들로 인해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한 직원은 설명했다.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은 5∼6년째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96년부터 2010년까지 유일한 아마존 사옥이었던 시애틀 퍼시픽 타워(옛 베테랑 병원)가 사원 수 급증으로 더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자 시작된 신사옥 건설 공사는 현재 2동이 재작년과 지난해에 완공돼 입주가 완료됐고, 마지막 한 동은 2019년 완공될 예정이다.

시애틀 다운타운에 아마존 신사옥들이 들어서면서 인근 건물들도 경쟁적으로 리모델링에 나섰다. 최근 몇 년 사이 사무실 임대료는 몇 배나 올랐다고 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역시 시애틀에 본사가 있다.) 관련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시애틀로 들어오면서 사무실과 아파트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시애틀은 현재 전 미국을 통틀어 부동산 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아마존 본사 바로 앞 건물에는 한국 총영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문덕호 시애틀 총영사는 "아마존의 성장은 시애틀의 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시애틀이 실리콘 밸리에 이어 미국 제2의 테크 중심지로 거듭 태어나고 있을뿐 아니라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캐나다 밴쿠버와의 테크 연계도 구상 중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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