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언론 비판하며 페북 애용…"사실 트럼프 원조는 네타냐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부패 혐의 수사 대상이 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가짜뉴스 타령에 '트럼프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지난 8년간 이스라엘 정계를 지배해온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부자 친구들로부터 고급 시가, 샴페인, 보석 등 사치품을 받고 이들에게 정치적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또한 유력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유리한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부수를 감축했다는 별도의 혐의도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이며 "진보·좌파 세력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주 텔아비브에서 지지자 수천 명이 연 집회에서 어떤 일을 불사하더라도 총리직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뜻을 자신이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주류 언론이 아닌,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직접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매우 유사한데, 차이가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선호하는 데 비해, 네타냐후 총리는 200만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페이스북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어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직 선배'인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이 같은 전략을 배운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예루살렘 포스트 정치 담당 기자이자 분석가인 길 호프만은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능가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언론을 적으로 돌리는 모든 전략을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전략도 점차 효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에는 법무부 장관의 집 주변에 수천명이 모여 네타냐후 총리를 기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집회는 38주째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참가자 수가 급격히 증가해 압박을 더하고 있다.
당국의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아리 하로우가 자신에 대한 수사의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 대가로 네타냐후에 대해 증언하기로 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기소 여부는 기독교의 대속죄일이자 유대인의 가장 큰 명절인 욤 키푸르(Yom Kippur) 휴일인 9월 말 전에는 결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는 이번 사건의 사법 절차가 내년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기소되더라도 반드시 사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소 내용의 무게와 그의 정치 연합체의 분열 여부에 따라 사퇴 압박이 가중될 수도 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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