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난민구조 NGO, 리비아·伊 압박에 잇따라 '백기'

입력 2017-08-14 18:47  

지중해 난민구조 NGO, 리비아·伊 압박에 잇따라 '백기'

국경없는의사회 필두로 이틀 새 3곳 활동 중단 선언

이탈리아 "지중해에 균형 회복 중" 반겨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아프리카와 중동을 떠나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난민들을 지중해에서 구조하고 있는 난민구조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이 불법 난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리비아와 이탈리아의 공동 압박에 잇따라 백기를 들고 있다.

인도주의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앞서 지난 12일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13일에는 독일에 기반을 둔 NGO 시-아이, 국제 아동구호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도 지중해에서의 난민 구조 선박 운영을 잠시 접는다고 밝혔다.

시 아이는 성명을 내고 "NGO를 겨냥한 리비아 정부의 노골적인 위협에 무거운 마음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구조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리비아는 최근 자국 영해 주변에 '수색·구조' 구역을 설정하고, NGO 단체들이 운영하는 구조 선박들에게 이 구역에 들어오지 말 것을 통보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해당 구역에 NGO 구조선들이 접근할 경우 경고 실탄을 발사하는 등 공공연한 위협 행위도 시작한 상황이다.

세이브더칠드런도 리비아 당국의 강경한 방침에 지중해에서의 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 단체는 직접 운영 중인 난민 구조선을 몰타에 정박시킨 채 "필수적인 안전 보증이 없으면 활동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리비아 당국이 현재의 '수색·구조' 구역을 넘어 공해상에서의 NGO 선박의 활동도 단속하려는 의도를 내비침에 따라 활동가들의 안전이 보장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일 독일 NGO 유겐트 레테트의 난민 구조선이 불법 난민 밀입국 조직과 내통하며, 불법 난민 행렬을 방조한 혐의로 이탈리아 사법당국에 몰수된 데 이어 NGO 3곳이 속속 난민 구조 활동 중단에 합류함으로써, 지중해에서 난민들의 목숨을 구조하고 있는 NGO 9개 가운데 절반 가량의 발이 묶이게 됐다.






NGO 단체들은 올해 들어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의 3분의 1의 목숨을 건질 정도로 활발히 활동해왔으나, 13일에는 리비아 연안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NGO는 SOS 메디테라네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위축된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들 단체는 이탈리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는 리비아의 불법 난민 단속 작업 탓에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는 난민 수가 늘어나고, 난민들이 리비아로 송환돼 고문, 강제노역, 성폭행 등 비인간적 상황에 처할 것을 우려하며, 유럽연합(EU)에 합법적인 난민 이동 통로를 열어 난민들이 더 이상 목숨을 걸고 위험한 항해를 감행할 필요가 없도록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리비아 정부의 적극적인 불법 난민 단속 행보에 반색하고 있다.

안젤리노 알파노 내무장관은 이날 일간 라 스탐파와의 회견에서 "리비아 당국의 조치는 지중해에서 균형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감쌌다.






2014년 이래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너 60만 명의 아프리카, 중동 난민이 쏟아져 들어온 이탈리아는 난민 행렬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사회적, 정치적인 부담이 가중되자 올해 들어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인력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제공하는 등 난민 유입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몰려드는 난민 문제가 정치 지형을 변모시킬 잠재력을 지닌 첨예한 이슈로 떠오르자 집권당은 부랴부랴 난민 행렬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달 말 리비아 해역에 이탈리아 해군 함정을 파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마련했고, 의회의 승인이 떨어진 직후 리비아 해역에 해군 순찰함 등을 보내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활동의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런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인지 지난 달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수는 전년 같은 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1천여 명에 그치는 등 최근 6주 동안 이탈리아 유입 난민 수는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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