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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동상 둘러싼 '역사전쟁'으로 대구는 뜨겁다

입력 2017-08-15 08:01  

순종 동상 둘러싼 '역사전쟁'으로 대구는 뜨겁다

순종어가길 사업 마무리 단계…동상 건립 후 논란 가열



(대구=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72주년 광복절을 맞은 대구에서 조선 마지막 왕이자 대한제국 2대 황제 순종 동상을 둘러싼 '역사전쟁'이 한창이다.

대구 중구가 지난 5월 11일 달성공원 앞에 동상을 세우자 마무리 단계인 '순종어가길' 사업에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1909년 순종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경상도 지방을 순행했다. 왕을 앞세워 일본에 저항하는 백성에게 순응할 것을 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 온 순종은 대구역에서 경상감영으로 가마를 타고 갔다. 닷새 뒤 마산, 부산 순행을 마치고 환궁 길에 대구역에 내린 그는 북성로를 거쳐 달성공원으로 갔다.

그곳에는 일본거류민회가 메이지 덴노 생일을 기념해 세운 황대신궁 요배전이 있었다.

중구는 2013년 국토해양부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에 순종어가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조형물·벽화 설치, 쉼터 조성, 거리 개선 등에 70억원을 투입했다.

아치형 다리 위에 5.4m 높이로 만든 대례복 차림 순종 동상은 논란의 핵심이다.


이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그전에도 있었으나 막상 동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부정적 분위기가 만만찮다.

고종 폐위 후 무기력하게 일본에 굴종하기만 한 것으로 알려진 왕이 대형 동상으로 우뚝 선 모습에 즉각 철거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중구는 "백성에게 다리가 돼 주고 싶었을 황제 마음을 담아 굴욕의 역사를 되새기는 의미가 있다"며 '다크 투어리즘'(역사교훈 여행)을 내세웠다.

또 동상 주변 안내 표지석에 '실제로는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황제를 내세워 반일 감정을 무마하고 통감정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회 등은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여행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반일 감정을 잠재우려는 일제 속셈을 알고도 따라나선 순종 처지를 안다면 수십억원 세금으로 관광 상품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순종어가길 사업을 역사 왜곡 전형이라고 못 박았다.

안내 표지석 말미에 쓴 "암울한 시대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민족정신을 담아내고자 한다"는 표현을 넣은 것에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주장이 엉터리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시민들은 동상이 대례복 차림인 것에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당시 순종은 군복을 입고 다녔다고 한다.

권호섭(54)씨는 "차를 타고 지나다가 본 동상은 세종대왕 같은 성군 모습이어서 역사를 자의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거리에 큰 동상을 세우면서 시민 의견을 물어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yi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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