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기와 굽던 제주 돌가마 훼손된 채 방치

입력 2017-08-18 17:21  

조선시대 기와 굽던 제주 돌가마 훼손된 채 방치

향토사학자 "제주 가마 역사 정립 위해 문화재 지정해야"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동쪽 끝 서우봉 아래쪽 경사면에 잡풀이 무성한 곳에 웬 안내판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이곳이 조선시대 기와를 굽던 속칭 '와막밧'이라 불린 함덕리 와요지라는 해설문이다. 가마의 길이, 너비, 높이 등 가마의 규모와 현무암과 진흙을 빚어서 축조했다는 설명을 적었다. 불을 지피는 화구(火口) 부분은 남아있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비지정 문화재라고 적었다.

주변 경작지로 농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굴 일부가 점차 깎여 형태가 더욱 훼손된 것으로 추정됐다. 안내판은 세웠지만 관리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가마는 제주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3개의 기와 가마 중 그나마 형태가 제일 나은 것이다.

18일 오전 기자를 안내한 향토사학자인 강창언 제주도예촌 촌장은 "왓굴 앞부분 기와지붕 형태의 가마는 세계적으로 드문 형태인 데다 제주 가마 초기 시대 모습을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유적"라고 설명했다. 왓굴은 기와를 굽는 가마를 뜻하는 제주어다.

그는 "1980년대 발견 당시부터 그 중요성이 언급됐으나 40년간 전혀 보호 대책이 없이 이처럼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왓굴은 현무암 판석을 기와처럼 덮고 빈 진흙으로 빈틈을 막아 지붕 형태로 만들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돌가마(石窯)의 형태다.

이 와막밧 왓굴은 발견 당시부터 판석으로 지붕을 인 기와형 가마 5.1m 중 2.3m가 훼손돼 굴 안쪽이 드러나 있었다.

기와지붕 형태 가마 뒤편으로는 아치형으로 전혀 다른 구조의 가마가 5.9m 더 이어져 전체 길이는 11m에 달한다.

기와지붕 형태 가마를 이용했던 곳에다가 후대에 아치형으로 이어붙여 현재의 가마를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 촌장은 "토목 기술이 발전한 고려 말부터 아치형 형태의 가마를 조성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점을 고려하면 판석을 기와처럼 지붕에 얹힌 형태 가마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축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와지붕 구조 가마는 고려 중기 숙종 10년(1105년)까지 제주에 존립한 탐라국 시대에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추정했다.

제주의 옛 왕국인 탐라국 시대에 함덕 일대에 기와와 토기를 공급하려고 오름 경사면을 파 가마를 조성했고, 이후 고려 말 이후 후대인들이 기와지붕 구조 가마 안쪽에다가 당시 기술로 아치형 가마를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강 촌장은 "제주 가마 역사를 정립하려면 이 왓굴은 반드시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옛 돌가마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왓굴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훼손이 가속되고 있으나 문화재 지정 등 보호 대책은 수립되지 않고 있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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