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파스타 사랑했던 어머니…아들이 추억하는 헵번

입력 2017-08-25 07:00   수정 2017-08-25 10:31

초콜릿·파스타 사랑했던 어머니…아들이 추억하는 헵번

헵번의 요리공책에서 탄생한 전기 '오드리 앳 홈'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나는 내가 바라마지 않던 대로 로마에서 가정주부로 지냅니다. (중략) 나는 할리우드에도, 다른 어느 곳에도 절대 속할 수 없었지만, 마침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1979년 이탈리아 로마에 머무르던 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이 남긴 글이다.

그의 곁에는 정신과 의사인 남편 안드레아 도티와 9살 아들 루카가 있었다.

세계적인 스타를 다시 불러내려는 시나리오들이 종종 로마의 아파트로 도착했지만, 헵번은 가족의 저녁 식사로 파스타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을 생각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로 그 제안을 물리치곤 했다.

40년이 흐른 뒤 아들 루카 도티가 먹거리를 매개로 어머니를 추억한 책 '오드리 앳 홈'이 출판사 오퍼스프레스를 통해 번역돼 나왔다.

'식탁 전기'라는 설명이 붙은 책은 도티가 집 부엌의 선반에서 발견한 너덜너덜한 공책 한 권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요리법이 손글씨로 빽빽하게 적힌 공책이었다.






가냘픈 몸매와는 달리, 헵번은 음식들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아들이 기억하는 어머니는 집에서도 늘 먹는 파스타를 음식점에서도 주문해 먹었다. 초콜릿을 손에 넣게 되는 날에는 마지막 조각이 없어질 때까지 한꺼번에 먹어치웠고, "말썽꾸러기 악동에나 걸맞을 태도로 게걸스레 아이스크림을 먹어댔다".

레드 치킨, 터키식 농어 요리, 초콜릿 케이크, 버섯 소스 송아지고기 찜, 빵가루를 입힌 커틀릿,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 헵번이 즐겼던 50개의 요리법이 책에 줄지어 등장한다.

저자는 이를 줄기 삼아 네덜란드에서 자란 소녀가 할리우드 스타가 되고, 이탈리아의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구호활동을 하면서 노년을 마무리한 과정을 풀어낸다.

네덜란드를 덮친 전쟁과 기근 속에서 겨우 살아남았던 헵번은 평생 전쟁을 끌어안고 살았다고 도티는 기억한다. 어릴 적 저금한 돈으로 작은 시계를 산 그에게 헵번은 갑자기 화를 냈다. 시계를 제조한 독일 회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들의 강제노동으로 이윤을 얻었다는 사실을 도티는 뒤늦게야 알아차렸다.

"그 어마어마한 검정 드레스와 큼지막한 선글라스 뒤에 감춰진 참모습"이라는 아들의 고백처럼, 헵번 자신이 기쁘게 받아들였던 주부로서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은 책이라 흥미롭다. 헵번·도티 부부가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던 장면 등 눈길을 끄는 일화들도 많다.

저자와 헵번의 지인들이 소장해온 250여 점의 희귀한 사진들도 책에 실렸다.

변용란 옮김. 268쪽. 2만4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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