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파산위기 민자 고속도 정부에 1조원 '청구서' 총선 쟁점화

입력 2017-08-29 07:00  

독일 파산위기 민자 고속도 정부에 1조원 '청구서' 총선 쟁점화

"결국 세금 훨씬 더 들어가는 잘못된 방식 입증돼" 비판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파산 위기에 몰린 민자 고속도로 운영업체가 정부에 1조원의 '청구서'를 내밀면서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 민영화의 문제점이 독일 총선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에 따르면, 독일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함부르크-브레멘 간 고속도로 노선(A1) 운영업체 'A1모빌'이 최근 교통부에 "파산 직전에 있다"며 긴급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A1모빌'은 또 예상보다 통행요금 수입이 적어서 생긴 손해액을 포함해 총 7억8천700만 유로(약 1조500억 원)를 보상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이 잘 갖춰져 있고 전액 정부 예산으로 지어 운영해왔으나 지난 2003~2012년 A1 고속도로 확장 보수공사 때부터 대형 SOC 공사에 관민합작투자(PPP)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민간업체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A1 고속도로 공사와 유지보수비를 투자하되 30년간 운영권을 갖고 화물차 통행요금을 받는 방식이다. 통행료 수입이 당초 예측보다 적으면 정부가 일정 조건에서 손실액을 보전해주게 돼 있다.

지난주 관련 보도가 나오자 교통부는 A1모빌의 파산 위험을 인정하고, 파산해도 도로 운영권이 국가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연방회계감사원 등이 PPP 방식의 문제점을 누누이 지적했음에도 강행한 정부의 잘못이 이번에 분명히 입증됐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비판에는 독일건설업협회 측도 가세했다.

회계감사원은 "PPP 방식 옹호론자들의 주장은 대부분 검증되지 않는 가정에 근거하며, 정부 재정(또는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전통적 방식보다 오히려 최소 20% 이상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야당 등은 몇 년 전부터 A1모빌 재정난이 심각했으며, 1년 전엔 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내부 보고서들이 나왔으나 교통부의 비밀주의와 늑장대응으로 손해 청구액이 수천억 원 더 늘어나 세금을 그만큼 더 낭비하게 됐다며 비판했다.

또 PPP 방식을 적극 옹호해온 알렉산더 도브린트 교통장관의 소속 정당인 기독교사회당 등 보수 정당이 이 같은 실패 상황을 고의로 숨기려 했기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교민주당과 그 자매 보수정당 기독사당은 A1 고속도로 건설 전후부터 PPP 방식의 SOC 재원조달을 적극 추진, 현재 총 9개 구간에서 PPP 방식이 도입됐거나 계획돼 있다.

연립정권의 기축을 이루는 이 두 정당은 민자 도입 방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개헌안을 지난 6월 의회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연정에 참여 중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당시 PPP 금지 입장이었으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과 도브린트 장관이 밀어붙이자 결국 물러섰다.

조렌 바르톨 사민당 원내부의장은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개헌 전 A1모빌 상황을 제대로 알았다면 PPP를 강력 규제했을 것"이라며 기민·기사당의 '은폐'를 비판하면서 선거 쟁점화할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그러나 일각에선 연정에 참여하고, 당시 헌법 개정에 함께 나선 사민당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개헌 당시 여론조사에선 독일 국민 대다수가 도로 등 SOC의 민영화에 반대했다. 이에 연립정권은 도로 등의 소유권은 여전히 국가에 있으며 재원조달과 투자효율을 위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 운영법인을 세우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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