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로 범인 몽타주 만드는 수준"…네덜란드 전문가 카이저 교수

입력 2017-08-30 10:00   수정 2017-08-30 10:03

"DNA로 범인 몽타주 만드는 수준"…네덜란드 전문가 카이저 교수

"눈동자, 머리카락, 피부색 특정…한국에서도 유용한 수사기법 될 것"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1983년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정액의 유전자 정보(DNA)를 분석해 연쇄 강간살인범을 붙잡은 영국 경찰의 수사성과는 DNA를 수사에 이용한 세계 최초의 사례였다.

이후 DNA를 분석해 범인을 특정하는 연구가 지속됐고, 이제는 범인의 눈동자와 머리카락, 피부의 색깔을 알아낼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DNA를 통해 범인의 외모를 추정하는 이른바 'DNA이용 범인 몽타주 작성'(Forensic DNA Phenotyping) 기법이다.

2003년 세계 최초로 관련 법을 제정한 네덜란드는 이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DNA 감정기술의 대가인 만프레드 카이저(Manfred Kayser)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대학 교수가 있다.

29일 '27회 국제 법유전학회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카이저 교수를 행사가 열린 서울 코엑스에서 만나 DNA이용 범인 몽타주 작성 기술의 현황과 미래, 국내 도입 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카이저 교수는 현재의 DNA 몽타주 작성 기술은 단순히 용의자의 유전자 정보를 비교·분석했던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DNA를 수사기관이 보유하는 DNA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해 용의자를 색출하는 수준이었다"며 "이제는 DNA를 통해 범인의 눈동자와 머리카락, 피부 색깔을 특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외모가 변형될 수도 있지만 DNA가 결정하는 외모에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도 확인됐다"며 "특히 다인종 사회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DNA 몽타주 작성 기술은 유용한 수사기법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카이저 교수는 "유전적 형질이 다양하지 않은 한국에서도 탈모상태나 곱슬머리 등 머리카락 형태를 분석해 범인을 색출할 수 있다"며 "꾸준한 연구가 이어진다면 얼굴 외에 신체 여러 곳의 외모적 특징을 결정짓는 DNA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먼 초기단계 수준의 연구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3가지 색의 눈동자, 4가지 색의 머리카락, 5가지 색의 피부를 구별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카이저 교수는 "얼굴 외형을 결정짓는 유전자만 약 1천개에 이른 것으로 예측되지만 아직은 10개만 파악한 상태로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간거리를 결정하는 유전자를 추가로 발견했지만, 아직 실용화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DNA 몽타주 작성 기술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카이저 교수는 "완벽한 기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실험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예산이 충분해 많은 실험 지원자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2달 안에 완벽한 범인 몽타주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 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직은 오차 가능성이 큰 수준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기술발전이 절실한 이유다.

카이저 교수는 "2003년 관련 법을 제정한 네덜란드에서도 DNA 몽타주 작성 기술은 일종의 경찰수사 가이드라인으로서 역할만 한다"며 "기술이 발전해 오차 가능성을 줄여 나간다면 미래에는 유력한 유죄의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검찰청이 지난 2013년 한국 DNA 감식기술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하고 법유전학 저변을 확대하고자 유치한 2017년도 국제 법유전학회 서울총회는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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