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리스크상황 현시점에서 전망·반영 못해"…연내 금리인상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개월 전인 지난 6월에 이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는 '깜빡이'를 켰지만, 경기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아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3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는 연 1.25%에서 동결됐고,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보는 국내 경제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실물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고 소비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등 성장 흐름이 7월 전망(추경 효과를 배제한 연 2.8% 성장) 경로에 부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물경제 지표도 괜찮은 편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늘면서 넉 달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자동차, 전자제품 수출이 호조를 나타냈고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 효과로 소매판매도 늘었다.
문제는 '대북 리스크'라는 돌발 변수다. 한국은행은 예민하고 복잡한 사안이어서 지금 시점에서는 방향과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따른 부작용도 확대 추세다.
이미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 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달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7월보다 1.3 포인트 떨어지면서 7개월 만에 하락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역시 77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부각한 북핵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실물경제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올해 2분기부터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변수로 본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국내 관광업이 계속 타격을 받고 있고 중국 내 '반한(反韓)' 정서로 대(對)중 자동차 수출이 크게 줄었다.
한은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수출이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에 따른 서비스수출 둔화로 (7월) 전망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런 요인으로 경기 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한은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전제조건인 '뚜렷한 경제성장세'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경기와 물가 흐름이 지속적이냐 하는 판단"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8·2 부동산 대책'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며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게다가 1천400조원으로 늘어난 가계부채는 소비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북한 리스크, 사드, 부동산 경기 등의 불안 요인을 주시하며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까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10월 19일과 11월 30일 두 차례 남았다.
한은이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칼을 빼 들지는 미지수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무디스는 30일 발표한 글로벌 거시경제 전망에서 한은이 내년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봤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대체로 내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주열 총재가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언급했고 물가 상승 압력도 높다고 보기도 어려워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상황은 아니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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