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약탈까지"…억장 무너진 美뷰티서플라이 동포들

입력 2017-09-01 13:09  

"이 와중에 약탈까지"…억장 무너진 美뷰티서플라이 동포들

허리케인 '하비' 맞춰 태연히 범행…페이스북에 재판매 올리기도




(휴스턴=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허리케인 '하비'가 몰고 온 기록적인 홍수로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한인 동포들도 막대한 재산 피해를 본 가운데 일명 '뷰티서플라이'(beauty supply)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뷰티서플라이는 가발, 붙임 머리, 파마액 등을 판매하는 미용용품점을 말한다. 196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들이 기반을 닦았던 가발산업을 시작으로, 미국 내에서 한인 동포들이 주도하는 업종으로 꼽힌다. 유전적으로 곱슬머리인 흑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상대하고 있다. 약탈 피해도 잦은 편이다.

31일(현지시간) 휴스턴 한인회에 따르면 허리케인이 휴스턴을 강타한 지난 주말 뷰티서플라이 매장을 노린 범죄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10여 곳의 한인 점포가 몰려있는 홈스테드(homestead) 지역에서만 최소 9곳 이상 약탈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점포 매니저 서정호씨는 "침수로 경찰 출동이 어려운 상황을 노려 흑인들이 뒷문을 부수고 점포에 난입했다"면서 "도로가 모두 침수돼 이튿날 오후까지 가게를 찾아갈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서씨는 "집에서 CCTV 영상으로 약탈 장면을 빤히 지켜보면서 당한 셈"이라며 "120만 달러(13억 원대) 상당의 물품 가운데 최소 80만 달러어치를 훔쳐갔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 주말, 한인 업소에서 약탈한 물품들은 페이스북에 판매용으로 올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민은 "이들은 평소에도 점포를 돌면서 훔치거나 값비싼 용품들의 위치를 알아두곤 한다"면서 "뻔뻔하게 되팔고 있지만, 딱히 대응할 방도가 없으니 억장이 무너질 뿐"이라고 전했다.

한인회에도 뷰티서플라이 점포에 대한 약탈 사례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김기훈 한인회장은 "정확한 집계를 해봐야 알겠지만, 최소 20건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뷰티서플라이 약탈 피해는 이번만이 아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사태 당시 한인 매장이 큰 피해를 본 게 대표적이다. 최근까지도 각종 폭동·수해 사건 때마다 흑인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한인회 관계자는 "뷰티서플라이는 험한 업종이면서도 한인들이 미국의 각 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에 든든한 밑천 역할을 했다"면서 "이런 재난이 벌어질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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