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화무용론에 美전문가들 비판…"대통령이 상황 악화"

입력 2017-09-01 17:09  

트럼프 대화무용론에 美전문가들 비판…"대통령이 상황 악화"

미 주요언론들 기고문 통해 트럼프에 대화·외교해법 촉구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북한과의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무용론'에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상황을 악화시킨다"며 줄줄이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부회장과 리처드 소콜스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공동 기고문을 싣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무용론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외교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석학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나 "우리 군이 장전됐다"와 같은 군사 행동을 시사하는 발언이 초래한 결과를 비판했다.

이런 위협성 발언에 북한은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자행했으며 상황 오판으로 인한 전쟁 발발 가능성만 증대됐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위협을 제거하겠다며 '예방 타격'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도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예방 공격의 성공 가능성도 작지만 이런 군사 공격 위협은 상대가 잃을 게 더 많을 때 효과가 있는데 오히려 북한이 보복전에 나서면 한국과 일본 국민, 현지 주둔하는 미군의 피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다.






'대화'는 상대방의 '나쁜 행동'을 용인하는 행위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과거 자국 안보에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면 구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과 중국의 마오쩌둥 같은 '사이코패스'와도 대화를 한 전례가 있어 유독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만 배제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다.

북미 외교 기록을 살펴보면 미국민 상당수가 생각하듯 그 결과가 나쁘지도 않았다고 이들은 진단했다.

예컨대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이후 북한은 원자로와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폐쇄하고 30개가량의 핵폭탄 제조가 가능한 원자로 2곳의 건설도 중단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존속이 걸린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어떤 미국의 대통령이라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고 두 석학은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선 북미 정상의 만남은 재앙이자 북한의 손길에 놀아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양국 관료를 중심으로 한 신중한 예비 회동을 추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수위만 높여가는 위협의 고리와 북한의 미사일 시험 프로그램 추진력을 끊고 북한이 미사일 생산이나 핵·미사일 테스트를 중단하는 데 대한 보상을 모색하자는 논리다.






세계정책연구소(WPI)의 조너선 크리스톨 연구원도 같은 날 CNN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시험용'이 아닌 '시연용'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톨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김 위원장이 겁먹기는커녕 트럼프 대통령이 '종이호랑이'인 점만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이 자신 있게 대규모 인구가 거주하는 평양을 발사 장소로 선택한 점만 봐도 미국의 보복 공격이 불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과 북한 모두 '치킨 게임'을 하듯 '빈' 협박으로 수위만 높여갈 뿐이며 북한은 괌 공격이 북한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괌이나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일은 없다고 크리스톨 연구원은 분석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을 통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추가 가능하다고 보여주는 방법 역시 북한의 핵 포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만 촉진할 것으로 진단했다.

크리스톨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방식은 북한에 더 이상의 상황 악화는 허용하지 않겠지만, 예방적 공격이 임박하지 않았으며 대화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른 전문가들의 WP 기고문에서 나온 지적처럼 "대화는 대화일 뿐 승인이나 인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도발적이고, 수위를 높여가며 위험한 북한의 행동에 대해선 다면적이면서도 조직화되고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앤터니 J.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는 발언이 미국의 동맹은 물론 적국 사이에서도 미국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언급했으나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실험에 아무런 대응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 단적인 예다.

블링큰 전 부장관은 "화염과 분노는 어디로 갔느냐"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백업' 없이 이런 엄포를 계속하면 적들이 그 어떤 말도 허풍으로 인식하는 순간에 이르게 되며, 결국은 실제 무력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열되고 세심하지 못한 언어가 뜻하지 않게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북한이 먼저 도발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강박에 시달리는 김 위원장이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전쟁 개시로 해석하고,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덤벼들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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