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 정신 싹튼 벤토테네 섬, 난민 유치에 사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 위기에 놓인 이탈리아의 한 학교가 난민에게 구애하고 나섰다.
4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남부 나폴리 인근의 섬 벤토테네는 최근 인구 급감을 겪으며 섬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문을 닫을 처지가 되자 난민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곧 개학을 앞둔 이 섬의 중학교에는 올해 신입생이 2명에 불과하고, 초등학교는 8명의 새로운 학생을 받게 되는 데 그쳐 학교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남아 있던 학생들마저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뭍으로 떠날 계획을 세우자 섬에는 비상이 걸렸다.
제라르도 산토마우로 벤토테네 시장은 "슬프게도 이곳에는 학교를 계속 열어두는데 필요한 충분한 아이들이 없다"며 "학교 유지를 위해 14세까지의 학령기 자녀들이 있는 이민자, 난민 가정이나 보호자 없이 단신으로 이탈리아에 온 난민 어린이들을 보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벤토테네는 여름 휴가철에는 관광객이 몰려 들어 매년 약 5천명의 휴가객이 북적이지만, 여행객을 제외한 상주 인구는 200여명에 불과하다.
산토마우로 시장은 "'나홀로' 입국한 난민 어린이 또는 어린 자녀를 둔 난민 가정을 섬에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이래 지중해를 건너 입국한 아프리카, 중동 난민이 6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최근 들어 난민에 대한 반감을 넘어 혐오감마저 번지고 있는 이탈리아서 이처럼 지자체가 자진해서 난민을 받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라 레푸블리카는 이번 일이 "난민이 이탈리아에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명제를 사실로 보여준 예라고 평가했다.
산토마우로 시장은 "이곳엔 이미 루마니아인을 비롯한 다수의 외국인이 공통체에 도움을 주며 평화롭게 살고 있다"며 "이민자 가정과 난민 고아들에게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벤토테네는 다시 한번 약자를 향해 진정한 개방 정신을 보여주는 유럽의 새로운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벤토테네는 유럽 통합의 정신이 싹튼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2차대전 당시 파시스트 정권에 맞서다 벤토테네의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이탈리아 정치인 알티에로 스피넬리는 1941년 동료 에르네스토 로시와 공동 집필한 '벤토테네 선언' 을 통해 유럽을 전쟁으로 몰아넣은 민족주의에 맞서기 위한 유럽 차원의 공동체 창설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는 작년 8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유럽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곳에서 3국 정상회담을 열고 유럽의 통합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