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악재 넘어 신태용호에서 한숨 돌린 태극전사

입력 2017-09-06 02:13   수정 2017-09-06 08:07

슈틸리케호 악재 넘어 신태용호에서 한숨 돌린 태극전사

최종전에서 무승부…힘겹게 9회 연속 본선행 확정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천당→지옥→씁쓸한 본선행'

한국 축구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대업을 이어간 여정은 흡사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혹독한 가시밭길이었다.

2015년 6월 16일 미얀마와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로드 투 러시아(Road to Russia)'의 대장정에 나선 한국 축구는 꽃길을 걸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시작한 월드컵 여정에서 한국은 2차 예선에서 8전 전승에 '27골 무실점'이라는 환상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 2차 예선에서 레바논, 쿠웨이트, 미얀마, 라오스 등을 상대로 8경기를 치르면서 무실점에 경기당 3.38골이라는 무서운 화력과 '실점 제로'라는 철벽 수비를 펼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 축구를 다시 한 번 '아시아의 맹주' 자리로 올려놓으면서 '갓(god)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화려한 성적'에 도취한 한국 축구는 최종예선에 접어들면서 '지옥의 입구'로 발을 내디뎠다.

2차 예선 상대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의 약체였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오직 승리의 기쁨에만 젖어있었던 한국 축구는 자만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마침내 2016년 9월 1일 시작된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의 상대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린 터라 팬들은 화끈한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슈틸리케호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국의 자책골을 시작으로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연속골이 이어지며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후반 29분부터 3분 동안 내리 2골을 실점하며 3-2로 진땀승을 거뒀다.






첫 승리를 따낸 슈틸리케호의 두 번째 상대는 시리아였다. 시리아가 내전 때문에 홈경기를 치를 수 없어 2차전은 덥고 습한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2016년 9월 6일 열렸다.

의욕적으로 2연승을 노렸지만 슈틸리케호는 세밀함이 떨어지는 공격 전술에 시리아의 '침대 축구'가 겹치면서 허탈한 0-0 무승부에 그쳤다.

그해 10월 6일 카타르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 한국은 또다시 접전 끝에 3-2로 신승을 거뒀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한국은 카타르에 내리 2골을 내주며 역전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고, 결국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동점골과 손흥민(토트넘)의 결승골이 이어지며 가까스로 승리를 챙겼다.

이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을 바라보는 팬들의 눈길을 싸늘해졌다. 변하지 않는 전술에 '소속팀 경기 출전 선수'이라는 선수 선발 원칙을 깬 것이 팬들과 신뢰를 무너뜨렸다.

슈틸리케호는 결국 지난해 10월 이란과 원정으로 치른 최종예선 4차전에서 '패스-슈팅 실종'이라는 평가 속에 0-1로 무력하게 패하면서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해 11월 15일 홈에서 치른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5차전에서도 선제골을 내준 뒤 남태희(알두하일SC)와 구자철의 득점으로 가까스로 승리를 챙기면서 최종예선의 반환점을 통과했다.

최종예선 후반기를 맞아 반전을 기대했던 팬들은 2017년 3월 '창사 참사'에 태극전사에 대한 믿음을 접었다. 슈틸리케호는 중국과 최종예선 6차전 원정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공한증이 날아가는 순간이었고, 더불어 팬들의 기대감도 곤두박질했다. 슈틸리케 경질론이 급하게 대두했다.

지난 3월 23일 시리아와 최종예선 7차전에서 1-0 신승을 거둔 슈틸리케호는 지난 6월 13일 홈에서 맞붙은 카타르에 졸전 끝에 2-3으로 패하면서 '항해의 마침표'를 찍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로는 더는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대한축구협회는 결국 지휘봉을 회수했고, 한국 축구는 최종예선 탈락의 임계점까지 도달하는 지옥을 경험했다.






축구협회는 고심 끝에 '특급 소방수' 신태용 감독에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숙제를 맡겼다.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기고 출항한 신태용호는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강호' 이란과 홈에서 치른 9차전에서 '유효 슈팅 제로'의 오명 속에 득점 없이 비기면서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슈틸리케호와 비교해서 발전된 모습이 없는 태극전사의 모습에 팬들은 실망했다. 결국, 신태용호는 러시아행 티켓의 운명을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전에 맡겼다.

9월 5일 자정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킥오프한 신태용호는 팬들 간절한 염원 속에 0-0으로 비기면서 조 2위를 지켜내 힘겹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축구는 천당에서 시작해 지옥을 맛본 뒤 최종전에서 목표를 달성했으나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horn9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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