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년… 5·18시민들 왜 옛 전남도청 농성장 떠나지 못하나

입력 2017-09-06 09:47  

어느덧 1년… 5·18시민들 왜 옛 전남도청 농성장 떠나지 못하나

'시민군 최후 항전지' 옛 도청 원형복원 요구하며 농성 나선 지 만 1년

"정치·사회 상황 변화해도 5·18 지키는 토대 마련하고 농성 끝내겠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역사현장인 옛 전남도청의 원형 복원을 요구하는 5·18 유공자와 유가족, 시민사회단체 농성이 오는 7일로 1년째를 맞는다.


5·18 관련자와 시민사회는 1년 가까이 이어온 행동 끝에 정부로부터 옛 도청 복원 약속을 받았음에도 농성을 마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 사회 상황이 변화해도 5·18 진실과 광주 정신이 훼손당하지 않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날 농성이 끝난다고 강조했다.


◇ 역사현장 사라지면 5·18 정신도 퇴색

옛 도청 별관 점거농성은 현실로 다가온 5·18 '역사 지우기' 우려에서 출발했다.

5·18은 오랜 기간 금기로 취급받았고, 학살 주범 전두환·노태우씨는 항쟁 17년 만인 1997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법적 역사적 단죄를 받았다.

제자리를 찾아가던 5·18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홍어 택배'로 상징되는 인터넷상에서 조롱, '북한군 개입' 등 역사 도발을 마주하며 여러 부침을 겪었다.

옛 도청 원형훼손까지 목격한 5월 단체는 역사현장마저 사라진다면 5·18 진실과 민주·인권·평화의 오월정신이 세대 간 단절에 도달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원형훼손 논란은 옛 도청과 전남경찰청 6개 부속 건물을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으로 증·개축하는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2015년 8월 불거졌다.


건물 내·외벽에 새겨진 항쟁 당시 총탄자국이 매립되고, 계엄군에 최후까지 항거한 시민군의 상황실 및 방송실 내부는 전시공간과 승강기통로로 바뀌었다.

문화전당은 전체 5개 원 가운데 옛 도청 보존 건물들로 이뤄진 민주평화교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원만 2015년 11월 개관했다.

농성은 옛 도청 별관에 입주 예정이었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MOWCAP) 센터 개소식이 열린 지난해 9월 7일 시작됐다.

5·18 단체는 복원계획 없이 열린 MOWCAP 센터 개소식에 '옛 도청을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겼다고 문화전당 측을 비판했다.

점거농성에 나선 5·18 단체는 문화전당 건립이 본궤도에 올랐던 2008∼2009년 옛 도청 별관 철거 국면까지 겪었던 터라 절박함을 호소했다.


◇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극적 전환

농성 이후 지자체·정당·시민단체·종교계 등 각계는 옛 도청 복원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여론 형성과 계획 수립에 나섰다.

옛 도청 복원 대책위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자 차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정당별 후보들은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시민들 앞에서 옛 도청 복원을 다짐했다.

대선이 끝나고 37주년 5·18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옛 도청 복원 문제를 광주시와 협력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농성은 극적인 전환을 맞았다.



5·18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지자체, 의회 등은 옛 도청 복원을 위한 고증자료 발굴 전담반(TF)을 꾸리고 활동에 들어갔다. 복원 요구 목소리를 넘어 실무를 준비하는 단계까지 내다본 것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는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은 지난달 28일 옛 도청 일원을 직접 둘러보고 '광주시, 대책위와 공동 TF를 구성해 옛 도청 6개 부속 건물 모두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도 장관은 예산 마련과 안전성 검토도 강조하며 역사적 가치에 무게를 둔 원형복원을 약속했다.

문화전당을 관장하는 문체부 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책위 관계자들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 "열흘 항쟁에 기초한 역사공간 복원이어야"

대책위가 제시한 옛 도청 복원 밑그림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이어졌던 항쟁 당시 시민군 활동에 기초한 역사적 공간 복원이다.

금남로에서 문화전당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만들면서 철거한 옛 도청 본관과 별관 3·4층을 잇는 연결통로는 시민군이 보초를 섰던 동선이다.

시민군 최후의 퇴로였던 옛 본관과 민원실 2층 연결통로 복원도 요구했다.

도청과 전남경찰청 사이에 지은 문화전당 방문자센터는 희생자 시신을 수습했던 자리였음을 고려해 철거하고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옛 전남청 본관 경관을 가리는 LED 철골 펜스는 철거하기로 뜻을 모았다.

상무관 입구는 평평하게 다져 5·18민주광장에 편입하고, 시민군 상황실과 방송실은 상징적 공간으로써 특화 보존한다는 구상이다.

내·외벽 탄흔 복원은 지난해 2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정에서 두꺼운 도색과 외벽 마감재 탓에 흔적조차 찾지 못해 후속 공사가 불가피하다.

대책위는 이러한 옛 도청 복원 방안이 발포명령자·헬기사격·공습계획 규명 및 행방불명자 매장지 발굴 등 5·18 진상조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정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실체적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역사현장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야 한다"며 "직접 몸으로 느낄 현장이 없다면 정신 또한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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