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내가"…여성 노린 강력범죄에 호신술 체육관 '북적'

입력 2017-09-10 08:11  

"내 몸은 내가"…여성 노린 강력범죄에 호신술 체육관 '북적'

주짓수·크라브 마가 등 근접격투술 무료 세미나에 여성들 몰려

"강남역 살인 사건 등 계기로 '자기 몸 지키기' 관심 증가"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진짜 되네?" "이렇게 하니까 정말 빠져나왔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그레이시 주짓수 서울' 체육관에 젊은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그레이시 주짓수 서울'이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로 개최한 '우먼 임파워드(Women Empowered) 성범죄 대처 세미나'에 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모인 이들은 50명에 가까웠다.

그레이시 주짓수란 왜소한 사람이 거구의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 위주의 격투기이자 호신술이다.

참가 여성들은 성범죄 상황을 가정하고서 상대가 손목을 잡아당겼을 때 버티거나 빠져나오는 방법, 목을 졸렸을 때 탈출하는 기술 등을 반복 연습했다.

급소를 타격하라고 가르치는 일반적인 호신술과 달리 반동이나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가해자에게서 벗어나는 기술이 참가자의 이목을 끌었다.

여동생과 참가한 이연수(24)씨는 "성범죄 상황이 닥쳤을 때 조금이라도 덜 두렵지 않을까 싶어 오게 됐다"며 "덩치가 큰 사람한테 대항할 수 있나 싶었는데 반동을 이용하니까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면서 신기해했다.


그레이시 주짓수 서울 박준성(31) 대표는 "성폭행은 언제 어디서나 벌어질 수 있으므로 상황별·단계별로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언어적·심리적·육체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약자가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레이시 주짓수의 목표"고 설명했다.

최근 여성 사이에서 성범죄 예방책으로 호신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젊은 여성 사이에서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의지가 번지고 있다.

호신술 강사들은 "과거에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호신술 체육관을 찾는 여성이 많았다면, 지난해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이후 실체적 위협을 느끼고서 찾아오는 여성 수강생이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손으로 간단하게 타격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법을 가르치는 근접격투 무술 '크라브 마가' 체육관에도 여성 수강생의 발길이 늘었다고 한다.

대한크라브마가협회(KKM)는 서울에 3개 지점을 운영하다가 대전·경기·경남 등까지 지점을 확장했고, 조만간 홍대점을 새로 열 예정이다. 일부 지점에는 '여성반'이 개설됐고, 여성 대상 무료 세미나도 간간이 연다.

KKM 구본근(36) 대표는 "강남역 살인사건 후 여성 수강생이 30∼40% 증가했고, 최근 여중생 폭행사건 후에도 늘었다"며 "몸매 관리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페미몬스터즈'는 지난 7월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강사 문미정씨를 초청해 자기방어의 중요성과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이번 학기 축제 때 자기방어훈련 강사를 초빙해 '셀프 디펜스 훈련' 교육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여성들이 자신의 안전 문제에 관심이 부쩍 늘어난 계기로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잇따른 점을 꼽는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과거 여성은 '성범죄에 반항하면 더 위험하다'고 교육받기도 했는데 법정에 가면 '왜 반항하지 않았느냐'고 질문받는 모순에 놓였다"면서 "호신술은 자기방어를 배양하는 동시에 여성이 몸의 활동반경을 확장하는 도전"이라고 해석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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