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김정은 제재' 초안보다 후퇴…北셈법 바꿀수 있을까

입력 2017-09-12 07:19   수정 2017-09-12 10:55

'원유·김정은 제재' 초안보다 후퇴…北셈법 바꿀수 있을까

원유 年400만배럴서 동결…"원유·정유제품 年30% 축소효과" 공급량 제한

섬유제품 수출금지·해외 노동자 제한…"연 10억 달러 차단"

중러 반대에 '초강력 제재' 퇴색, 유류 제한 감시장치 부족




(유엔본부=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1일(현지시간)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9번째 제재결의 2375호를 채택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가 주목된다.

이번 결의는 북한의 돈줄을 더욱 죄고 생명선인 에너지 공급에까지 제한을 가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느끼는 고통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원유수출 전면금지가 관철되지 못한 데다,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을 사실상 '전범'으로 낙인찍는 제재도 결국 제외됨으로써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는 북한 정권의 태도변화를 끌어내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유엔 외교가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에 처음 채택된 북한의 섬유제품 전면 수출금지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에 대한 제재 강화로 북한에 대해 연 10억 달러(1조1천350억 원)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직물과 의류 중간제품 및 완제품 등 섬유 수출금지를 통해 연 8억 달러, 해외노동자 송출 제한으로 연 2억 달러의 북한 외화 수입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의에서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건별로 사전 허가를 하지 않는 한 북한 노동자의 신규 고용을 금지하고, 기존에 이미 고용된 북한 노동자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했다.

북한이 해외에 내보낸 노동자는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 최소 5만 명 이상이며, 이들이 벌어들인 외화의 90% 이상은 북한 당국에 상납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억 달러는 북한 연(年) 수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른 제재결의 2371호 채택 당시 북한에 대한 석탄 및 철광석, 수산물 수출금지로 연간 10억 달러의 자금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단순 계산으로 2371호와 이번 2375호 제재로 북한의 연 수출액 중 3분의 2가 날아가는 셈이다.

특히 북한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분야까지 동결, 축소, 전면금지 등 제재의 덫이 씌워졌다.

우선 대북 원유수출은 기존 추산치인 연 400만 배럴에서 동결된다.

연 450만 배럴로 추산되는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수출은 55% 줄어든 200만 배럴까지만 허용된다. 원유 관련 콘덴세이트(condensate·천연가스에 섞여 나오는 경질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북 수출은 전면 금지된다.

원유와 석유 정제품 등을 포함한 전체 유류 제한은 기존보다 30% 정도 축소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유류의 전면적 차단이 아닌 공급 한도를 설정하는 타협을 미국과 중국이 함으로써 대북제재 결렬을 피하고 석탄의 경우와 같이 향후 전면 금지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제재결의로 북한의 고통은 가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핵탄두와 이를 미 본토까지 실어나를 장거리미사일 완성 등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북한의 전략적 변화를 이끌기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으로 평가됐던 대북 원유 전면수출 금지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관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유수출을 기존 수준에서 동결함으로써 북한으로서는 적어도 원유와 관련해서는 당장은 제재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게 된 셈이다.

기존 대북 원유수출을 연 400만 배럴로 추산했지만, 이 수치가 얼마나 정확한 지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북한의 원유공급량을 확인할 뚜렷한 제도적 장치도 없다. 북한의 주요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신고 내용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유제품 수출 제한과 콘덴세이트, LNG 수출금지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선 중국과 러시아가 당장은 제재 이행에 충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세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원유공급을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두 차례의 제재결의를 통해 북한 연 수출액의 3분의 2를 차단할 것이라는 추산 역시 투명한 통계에 근거하지 않아 단순 계산에 불과할 수 있다.

상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제재도 최종 결의에서는 빠졌다.

미국이 작성한 결의 초안에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개인 5명(김정은·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김기남 노동당 부위원장·박영식 인민무력상)과 기관 7곳(북한 정부, 노동당, 인민군, 당 중앙군사위, 고려항공 등)이 제재 대상이었다.

이 가운데 개인은 박영식 인민무력상과 노동당 중앙군사위·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 등 3개 기관만 최종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물론 중러의 반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 대상에서 빠졌지만 향후 외교적 협상을 염두에 둔 '마지막 끈'을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수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한 공해 상 검색도 크게 후퇴했다.

당초 강제 검색 의무를 부과하려고 했지만 기국(선박 국적국)의 동의하에 검색을 촉구하는 것으로 수위를 크게 낮췄다.

이에 따라 이번 제재 역시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또 하나의 제재결의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한 2006년 1718호를 시작으로 안보리는 이날 결의까지 총 9차례의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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