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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세상 잘 떠났다"…마광수 유작 소설집 출간

입력 2017-09-14 08:40   수정 2017-09-14 08:54

"더러운 세상 잘 떠났다"…마광수 유작 소설집 출간

단편 28편 모은 '추억마저 지우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교수님은 평생을 걸쳐 성해방을 위해 노력하셨으니, 사라와 함께 지옥에 더욱 진보된 성문화를 전파시켜 주시는 것이 형벌이랍니다. 원하신다면 교수님의 페티시즘을 만족시켜 드릴만 한 길디긴 손톱의 요염한 시녀를 더 넣어드리지요." ('마광수 교수, 지옥으로 가다' 중)

지난 5일 별세한 마광수(1951∼2017)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세상을 떠난 뒤에도 성해방에 온 힘을 다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13일 출간된 유작 소설집 '추억마저 지우랴'(어문학사)에서 마 교수는 노벨문학상을 받고 2년 뒤 돌연 숨진다. 마 교수 영혼의 첫 마디. "아 쓰발, 더러운 세상 잘 떠났다."

염라대왕은 예상과 달리 "투명한 망사 브래지어를 하고 하반신엔 티팬티를 입고, 무릎까지 오는 검은 킬힐 가죽 부츠를 신은" 미녀다. 허벅지에는 채찍을 차고 있다. 에피쿠로스·사드·카사노바 같은 쾌락주의자들의 영혼이 모인 덕택에 지옥도 달라졌다.





마 교수는 지옥에서 첫 형벌로 1991년의 그 '사라'를 만난다. 사라는 그동안 더 야하게 변했다. "그렇구나, 이게 바로 란제리 피어싱이란 거로구나, 하고 마 교수는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마광수의 성적 상상력은 페티시즘부터 사도마조히즘, 그룹섹스, 제자와 교수 부인의 성관계까지 종횡무진이다. 하느님은 "마릴린 먼로보다 더 멋진 몸매와 얼굴을 가진" 여자이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피학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스트'다. ('하느님은 야한 여자닷!')

마광수는 생전에 '즐거운 사라' 사건 이후 20년 넘도록 여전히 견고한 한국사회의 위선과 이중성에 치를 떨었다. '절망적인, 너무나 절망적인'에서 그려지는 미래사회는 더욱 암울하다.

"교수님, 제가 살고 있는 미래 세계는 도덕제일주의 독재 때문에 자유로운 사상과 표현이 탄압받는 곳이랍니다." 미래에서 마 교수를 찾아온 '초초초 미니' 차림의 여학생은 도덕 파시즘에 반대하는 모임인 '대한섹스자유사상독립군'의 조직원이다.







미래에 분신을 퍼뜨리기 위한 작업을 마친 마 교수의 상념은 말년의 그가 하고 싶었던 말로 읽힌다. "내가 이렇게 핍박받으며 세상을 변화시켜보려고 노력했는데도, 결국 세상은 자유로운 상상을 더 탄압하게 된단 말인가?"

책에는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집필한 단편소설 28편이 실렸다. 표지 그림은 서울문화사가 펴낸 1991년판 '즐거운 사라'의 그림을 색깔만 바꿨다. 고인이 직접 그린 그림도 실렸다. 388쪽. 1만8천원.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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